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봄 멀미

햇꿈둥지 2006. 5. 6. 10:48

티븨에서 뉴스 시간에 보여 주는 도회의 가로수들은 넓직한 잎을 거느리고 있어

우리나라가 아닌 상하의 외국 풍경인 줄 알았었다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 이었고

어린애덜의 날 이었고

앞 동네 베드로 어머니의 여든 두번째 생신 이었고

그리고

여주 장날 이었다

 

도대체 부처님은 몇분이나 되는건지...

 

해마다 오신다고는 하는데

가시기는 언제 가시는 걸까???

 

어쨌든 부처님과

이 나라 모든 아이들과

베드로 어머니와

여주장 덕분에

 

장 장 삼일의 연휴가 터졌다

때 맞추어 무개념의 내 집 정원에는 꽃들도 터지고 나뭇잎도 터지고

삼일치의 일거리도 터졌다

 

 

 

산사나무 꽃잎

 

지난해 흐드러지게 피었길래

꽃 그늘에 쐬주병 차고 앉아 꽃잎 띄워 마시는 풍류를 즐겼었는데

어찌 맘에 들지 않았었는지

올해는 인색 하게도 셀 수 있을 만큼의 꽃이 피고 말아

그 희귀성을 보존적 가치로 승화 시키기 위해 사진만 찍어 주기로 했다

 

 

뭐 그냥 병꽃나무로 기억하고 있다

틀려도 별 신경 쓸 일 아니겠다

 

병꽃나무가 아닌 다른 이름이라고

지까짓게 법원에 개명 신청을 할 것도 아닐테니까...

 

 

몇해 전 까지는 조팝나무 꽃으로 알고 있었는데

동네 대빵 어르신께서 싸리낭구 꽃 이라고 해서 그냥 싸리낭구 꽃이라구 하기로 했다

 

어쨌든 흰빛으로 무리지어 피는 이 녀석들을 먼 발치로 바라보면

흡사 밀려 오는 봄의 포말로 느껴진다

 

 

비리비리

비실비실...한 상태로 이태를 버텨 낸 박테기 나무이다

 

이유가 있지...

시골살이 날나리 쥔을 만나 무개념의 정원에 개떡 같이 심겨 졌다가

자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옮겨 심기를 난봉꾼 집 나가듯 했으니

골골 백년 이라고

이 나마 살아 꽃 피운게 대견하지...

 

 

산딸기 꽃,

 

제 스스로 터전을 잡아 왕성하게 자라고 뻗치고 난리를 치는 녀석

접사의 흔들림은 수전증이 아닌

바람끼 탓

 

 

비비추

몇해 전 아랫 집 엄씨 어르신 댁의 마나님이 나누어 주신 녀석이다

 

아직 꽃을 피우기 전 이건만

조밀한 잎새와 태생적으로 가진 문양이 꽃보다 못 할 것 없어 보인다

 

 

그리고 산사나무의 촘촘한 초록 잎새들...

 

이제

방정하지 않은 몸짓으로 아무렇게나 뜨락을 휘감아 도는 바람을 붙잡아

초록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느새

오월의 다섯 날들...

 

짤막하게 겪었던 봄멀미

 

이제 봄을 떠나 보내야 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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