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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그 사람

햇꿈둥지 2006. 5. 17. 13:04

미친놈이 곰 잡는다고

우리가 그랬다

 

건축이란 것을 아주 아주 아주 간단하게 요약 정리하여

바닥이 반듯하게 있고

벽체가 반듯하게 서고

지붕이 덮여 있으면...집 이다...끝

 

요로케

초 간편하게 정리된 생각만으로 들이 덤볐으니

돈 때움 반

몸 때움 반

 

집이 되어 가는 만큼 하늘 색깔이 노르스름하게 변해 가더니

급기야는 아내와 교대로 병원 응급실을 실려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일은 계속하여 ing...상태인지라

이제는 서로의 눈빛을 보거나 전화 목소리 상태 만으로도 배터리의 잔량을 확인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바닥난 체력을 음식으로 보전 하는 방법을 찾아 낸 것이

고개 넘어 백옥식당 이었다

 

물론 보신탕 집 이었다

 

우리 둘은 원래 이쪽엔 별 관심이 없어서

주변에 흔한 보신 애호가들 처럼

 

개 짖는 소리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화악~ 돈다든지

개를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을 보고 "거 왜 먹는거 가지구 장난을 하느냐"...고 호통을 칠 정도는 아니었으나

어쨌든 분명 한 것은 이노무 음식이 바닥난 체력을 적지 않게 채워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리하여

집이 되어가는 틈틈이 우리 부부는

흙투성이 작업복에

서리 맞은 고춧대처럼 늘어진 몸으로 그 집을 찾아가서는 아무 말도 나눔 없이 그저 보신탕 한그릇씩을 뚝딱 비우고 나오곤 했었다

이 일이 횟수를 더 해 갈 수록

우리 부부는 그 식당에서 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에게나 주인 부부에게도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어 가고 있었다

 

어디 대처에서 눈맞아 튄 불륜 사이 이거나 

개괴기에 환장한 부부 이거나

밖에 살다가 쫄딱 망하고 야반도주 끝에 거친 일로 살아 가는 부부 이거나...

 

어찌되었든

이런 제 멋대로의 무성한 추측은 어느 날 주인 아주머니와의 조심스럽고 솔직하고 시원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쫑이 났는데

그 이 후로는  담겨 나오는 괴기의 량이 틀려지는가 싶더니

우리 부부가 오기를 기다렸다든지

복작거리는 다른 손님 내 팽개쳐 두고 우리 음식 상 앞에서 눈물을 찍어가며 신세 한탄을 한다든지

"오늘은 내가 내려고 했다"며 음식 값을 받지 않는다든지

어디 어디 먼 산속에서 뜯어 왔노라며 곰취를 한 봉지 안겨 준다든지...

 

이런 과정이 늘어지면서

그저 주인과 손님으로 보다는 늘 반가운 사람들로 발전해 버렸다

 

출,퇴근 길

나는 늘 그 집앞을 지나쳐야 한다

 

어느 날

그 집 앞에 차들이 많이 있으면

"아하~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겠구나"하는 생각으로 흡족하고

차 없는 날이면

"아하~ 오늘은 손님이 없어 몸 힘들지 않게 쉴 수 있어 좋구나"이런 생각으로 흐믓하다

 

사람의 정

 

교감이 되면 교류가 되고

교류가 되면 교감이 되어

 

아름다운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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