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여주에는 신륵사가 있다

햇꿈둥지 2006. 5. 18. 16:15

 

부처님 가시고도

사바는 정숙치 못한지라

연등 몇개 꽃불로 밝혀

저잣거리의 중생을 깨우고자 함이니

 

평일의 텅빈 산사에는

꼬마 회오리만 난장을 치는데

 

 

석탑 조각은 천년의 세월을 건너서도

현현 하기만 하다

 

 

정연하게 벗어 놓은 신발 한 켤레

주인이신 스님은 묵언 수행 중 이시라 귀띔한다

 

 

불존사물 중 운판 하나

바람 없는 하늘을 비상하는 모든 날것들을 위해

역시 묵언 수행 중...

 

 

은은하신 조사님의 표정보다 더 밝게

불두화 만개해 있다

 

 

산사에 발이 있어 자리를 옮기랴

천년의 풍상을 이고도 의연한데

복작거리는 사람의 거리

 

잠 버릇 험한 이와 동침을 하듯

자꾸 부대껴 밀려 오는 사람의 거리

 

대웅전 지붕 넘어

까마득한 아파트가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고도 또

 

죄악 있음에 구원 있느니

한쪽 비스듬히 등 기대어 선 모텔들...

 

 

아득한 벼랑 끝

탑신에 기대어 선 여인의 번뇌는

흐르는 물 처럼 씻겨 흘러 가려는지...

 

 

알량한 돗대의 위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힘 좋게 물위를 미끄러지는 범선 한척

 

물찬 제비 같은 모터 보트 한대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싱싱한 아이들의 아우성...

 

헝클어져

뒤죽박죽인 속에도

부처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한 낮 속에 울울창창한 뙤약볕

이젠 여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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