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엎그레이드를 해 볼라꼬?

햇꿈둥지 2006. 5. 8. 12:04

 

 

넉넉한 봄비 내리신 뒤에

문디 콧구멍 처럼 인색한 봄은 이제 떠났는지

햇살이 따갑다

그 햇살에 홀려 일 없이 장판엘 나섰다

 

떠났다고 억지를 부려봐도 아직은 봄의 끝자락

 

신발 있는 사람들 몽땅,

반팔 차림으로 장거리 요란하다

 

겨울을 털어 버린

씨앗들

묘종들...

 

생선하고 신발이 이웃해서 떠리로 팔려 나가고

다릿심 좋게 또박 걸음을 걷던 돼지 족발이 양념되어 썰리고

하늘 향해 싱싱하던 두릅 순이며 엄나무 순들이 굴비처럼 엮여서 팔리고

공중 변소 영감님이 느릿 느릿 동전을 세고 있고

 

"자 싱싱한 생선이 쌉니다 싱싱하지 않으면 114로 신고 하세요~"

 

엉터리 생선 장수 총각이

삼월이 머릿단 처럼 긴 갈치를 팔고 있고...

 

올챙이 국시를 파는 할머니 앞에

올챙이 국시 그릇 하나씩을 끌어 안은 사람들

물 빠진 웅덩이의 올챙이 모이듯 올망졸망 앉아 있고

꽃그림 요란한 반팔 티셔츠가 바람에 펄럭이고

무좀 약 장수 아저씨는 건들 바람에 긴 하품을 섞어 날리고

 

팔랑 팔랑 노랑 나비가 날아 가고

세월도 빨랑 빨랑 날아가고...

 

권태로운 호객의 함성이 공명처럼 울리는 그 한켠에서 

 

 

 

생강 파는 아저씨를 만난다

 

"이거시 전주에서 올라온 생강인디

요로코롬 마디 마디 순을 짤라 심으면 한근 심어 한관은 캘 것인디..."

 

마누라

일 저지른다

 

세관은 있어야 할 테니 세근은 사야지...

 

장바닥 도는 동안

두 팔에 주렁 주렁 비닐 봉다리가 열리고

꼬물 꼬물 새순을 틔우는 봉지 속 생강이

가슴 속에서는

세관의 생강이 되어 우루루 쏟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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