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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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습니다

원주 하고도 신림이라는 촌구석은 지척의 거리에 영동고속고로가 동해안으로 뻗어 있는 것 말고도 중앙고속도로가 휭 하니 뚫리고 제천으로 가는 길 영월로 가는 길이 기생 오라비 이맛빡 처럼 뺀도로미 뚫려 있으니 차 있고 신발있는 사람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길에 귀신 길 가듯 내 달아 상원사 오름의 맑은 계곡에 발 담가 희희낙낙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들리는 사람 모두가 물 좋고 공기 좋아 살기 그만 이라는 칭송 이지만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옛날 옛날 흙먼지 펄 펄 날리는 신작로 따라 고무신 가득 넘쳐 나는 모래알을 털어가며 저 먼 원주읍내 까지 나무 한 짐 내다 팔려면 한나절이요 뱃고래에서는 장마철 계곡 물소리 같은 공복의 울림이 지겨웠을 터인데 이것도 세상이 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집집마다 가마솥 뚜껑 같은스..

풍경소리 2005.05.12

옷 짓고 장작 마련하고

혜원이 옷 만들기가 한창이다 요즘 세상 그까짓거 마땅한 것으로 골라 하나 사 입으면 되지...하면 그만인데 이 우스꽝스러운 모녀는 몇날의 여유 시간들을 맘 놓고 빈둥거린 끝에 오리엔테이션이 임박한 어제 오후부터 요란 법석을 피우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당연히 일주일만에 한번 꼴로 찾아 오는 주말의 내 여유 시간에도 회오리 바람을 일게 했다 거실에 피울 장작을 준비해야 했고 재봉틀이 있는 작업실의 석유 히터 가동을 위해 석유를 사 들여야 했고 당연히 아내의 몫이던 개 밥 주기며 일상적 가사의 소소한 부분들이 내 몫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이른 저녘을 마친 뒤에 작업실에 들어 박힌 이 모녀는 나 홀로의 거실 잠에는 아무 마음 씀이 없이 달그락 거리는 걸음으로 종종 걸음 이더니 지금 이 이른 새볔의 시간에는 혼곤..

소토골 일기 200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