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916

계절병,

#. 노랑 민들레 하양 민들레 다정도 하다. #. 겨울 동안 바람에 펄럭거리던 비닐하우스를 말끔히 걷어치우고 새로 씌울 비닐을 주문했는데 양쪽 문 달릴 부분을 빼어 놓은 채 평면 길이만 계산한 탓에 짧다. #. 비닐은 짧고 아내의 지청구는 길고, #. 이럴 때 마이너스의 손임을 절감한다. #. 어찌어찌 궁리하여 겨우 해결책을 찾기는 했으나 일이 곱에 곱으로 힘겨워지고 늦어지는 바람에 하우스 안에 고추 심을 일이 발 등의 불이 되었다. #. 그래도 뭐 어쨌든 마무리되면 그만인 일, 하늘을 우러러 쪼오끔 쪽 팔리는 일이 돼야 부렀다. #. 그렇게 동동거리는 새 푸르게 5월이 되었다. #. 연두의 고운 순에 취해 있던 사이 풀들은 왕성하게 일어나서 뽑고 뽑고 또 뽑고, #. 이 일을 하러 이쪽으로 가다가 저 ..

소토골 일기 2022.05.03

산골 양생방,

#. 이맘때쯤에는 철없는 산짐승처럼 살아도 좋겠다. #. 아직 씨 뿌린 소채들을 거두어 먹을 때로는 이르니 냉이를 시작으로 쑥과 씀바귀와 달래, 그리고 질경이에 원추리 까지, #. 다소 생소한 눈개승마를 순이 돋는 대로 두서없이 베어 무침 나물 정도로 먹었는데 #. 오래 두고 먹기를 궁리 끝에 염장을 해 보기로 했고 황소 뒷걸음에 개구리 밟듯 이게 썩 맘에 드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향취까지, #. 이 엄청난 실수에 힘 입어 아내는 장차 산마늘과 화살촉 잎과 뽕잎과 주변의 또 또 또... 의 머리채를 쥐어뜯어 모조리 염장을 하겠다고 제법 비장하다. #. 조장되지 않은 채 버려진듯한 주변의 먹을거리 이 모든 것들이 생명의 음식이 되는 것인데 #. 조명빨 삐까한 매장의 벌레 먹은 자리..

소토골 일기 2022.04.17

척후화,

#. 우선 낮은 자리 키 작은 꽃들부터 조심스럽게 피기 시작했다. #. 지난 겨울 유일한 희망은 봄이었으므로 글 쓰기에 다소 지친 서실 도반들이 커피 한잔이 불어 터지도록 숙고한 끝에 #. 아무 곳으로 떠나 무엇을 보든 다 좋은 철, 이라고 의기투합하여 #. 바닷속 깊은 한숨들을 포말로 끌어안고 몰려와 하염없이 바위에 부딪히는 동쪽의 바다를 향해 떠나고자 하였으나 #. 승합차까지 렌털 계약을 마친 시간 또로록 문자 하나 #. 어찌어찌한 사정으로 몸 담아 사는 근교의 산성을 둘러보기로 했다는 것, #. 괜찮다 괜찮다··· 아무 곳으로 떠나 무엇을 봐도 좋은 때이니, #. 이제 남 하는 일을 잣대 삼아 마음 달구지 않기로 했으므로 이제 겨우 밭 갈아 감자를 넣고자 한다. #. 겨우 겨우 마음을 고쳐 먹은 늙..

소토골 일기 2022.04.09

폭설 후,

#. 폭설 끝에 팔 다리 어깨 허리가 얼큰하도록 눈을 치운 일에 더 해 #. 아이들 모두와 옷이 흠뻑 젖도록 눈싸움하고 눈썰매 타고 #. 얼음 이슬 속에 신비로운 문양의 꽃이 피었다. #. 매양 신비로운 자연의 구석구석을 늘 감탄스러운 눈으로 톺아 보는 일, 산골살이 또 다른 재미이다. #. 추위 속에 오리 열 마리 부화했다 암컷 수컷 골고루~ #. 눈 덕분에 아이들 덕분에 봄 일이 잠시 주춤이다. #. 하여 건달의 달콤한 휴식,

소토골 일기 2022.03.21

아직은,

#. 밤 새 비 오시고 그 비 따라 밤 새 봄 오시고, #. 이 일 저 일로 동동거리던 한 낮 이마며 등에 땀줄기가 흥건하니 그야말로 화들짝 봄 이로다. #. 지난 해 보다도 훨씬 서두른 걸음으로 마당가 수도가 녹았다. #. 겨우내 밭둑에서 몸을 비비고 서 있던 마른풀들과 잡목들을 베어낸다. #. 조금 더 정갈하게 봄을 맞아야겠기에 #. 게으름으로 한해를 거른 돼지파를 포트에 싹 틔워 오늘 노지로 옮겨 심었다. 누가 또 이런 짓을 하겠는지··· #. 엄벙덤벙 좌충우돌 농사, #. 지난해 마늘을 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고추는 작년의 반만 심기로 했다. #. 자신 있게 궁금한 것 하나, 과연 작년 고생의 반만 하면 되는 걸까? #. 아이에게 전화기가 생겼단다. 절대로 울지 않는 캔디폰이어서 수시로 문..

소토골 일기 2022.03.14

세상 뒤집기,

#. 여전히 사나운 바람 틈새로 경칩이 왔다. #. 어떻게든 봄이 되어 가고 있는데 #. 재넘어 코딱지 서실에도 오미크론이 들이닥쳤다. 글씨 쓰는 사이 쉬엄쉬엄 차 마시고 떠들고 간식 나누던 도반 한 사람이 덜커덕 확진자가 되었다는 거다. #. 그니의 코앞에서 시시덕 즐거웠던 세명의 동무들에게 오미크론 분양 비용을 얼마씩이라도 거두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답장하지 않았다. #. 다시 코로나 검사하고 이상 없음으로 사흘의 시간이 지나고... 도 맹숭맹숭 아무 증상이 없다. #. 오미크론조차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건가? #. 초저녁 잠에 실신해서 제법 한밤중인데 요란한 카톡 소리에 눈 비벼 확인해 보니 며느리의 세상 뒤집을 호들갑이 산중의 잠길을 뒤 흔들었다. #. 예온이가 생애 첫 뒤집기 ..

소토골 일기 2022.03.05

조급증,

#. 밤새 휘모리 바람 속에 비 더불어 눈 오시더니 나무 위의 물방울들 모아 모아 전위의 휘갈긴 흔적들, #. 경칩을 지척에 두고도 여전히 겨울 치하, #. 그러나 한낮 햇볕 속에는 탄탄한 힘줄이 돋기 시작했다. #. 몇 번쯤 몽니의 꽃샘추위가 있겠지만 그까짓 거 참고 말고 봄이 온다는데, #. 벌써 거름과 비료 포대들이 쌓이기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농사, #. 겨우내 늴늬리맘보로 늘어져 있던 농기계와 기구들을 깨우고 손질한다. #. 늙은 경운기에 매달려 한나절 용을 쓰는 등 뒤에서 '싣고 나가 고쳐오면 될 것'이라는 훈수를 겸한 지청구가 있었으나 #. 사용하는 사람만이 아는 고질병과 그 고질병에 대한 개별 처방도 있는 것, 이 처방이 제대로 효과를 낼 때 백수의 날들이거니 또 얼마나 장한지, #. 겨우내..

소토골 일기 2022.03.01

대길하고 다경 하시길,

#.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한낮 햇살에서 살짝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 겨우내 낙엽의 그늘에 숨어 지내던 새소리는 다시 명랑하고 #. 서둘음으로 느껴지는 포대 거름이 올라오고 #. 그리고 입춘이 되었다. #. 신새벽 어둠 속에 대길하고 다경하자고 서툰 손을 놀려 방을 붙였지만 #. 여전히 추운 날들, #. 겨울나는 동안 조그만 변화들이 있었다. #. 아침 잠 많은 아내 대신 아침밥을 짓는 일, 간간히 설거지를 하는 일, #. 그리고 하루 두끼로 식사량을 줄였다. 많은 생각과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긴 배부름 에서 하루 중 잠시의 배곺음을 택 한 것, #. 내 몸에 대한 아주 작은 뉘우침과 뒤늦은 사죄가 될 것이다. #. 하여 조금씩 뱃속이 청량해지고 있다. #. 글로 흰 종이의 여백을 채우는 일에서 이제 ..

소토골 일기 2022.02.05

魂飛 白 설,

#. 설 명절 앞 연휴 3일, #. 이제 한참 들뛰어야 하는 붕어 가시처럼 억센 사내아이들 셋, #, 다만, 아파트에 산다는 것 때문에 늘 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러웠던 마그마 같은 말썽 에너지의 #. 시너지 폭발이다. #. 하필이면 아이들이 도착하기 이틀 전, 아내는 눈 수술을 했으나 소만큼씩 먹어대는 열 명의 사람들과 간간히 아이들을 돌보는 일들로 피 할 수도 누울 수도 없는 상황, #. 집안의 모든 것들이 놀이 대상 이어서 이것이 저곳으로 옮겨지고 저것이 이곳으로 던져지고 더러는 감춰져서, #. 아이들 흥겨움이 상승할 때마다 나는 魂飛 중, #. 정우 가족은 설 이틀 전의 한밤에 친가로 떠났고 예겸이 가족은 설날의 눈 소식에 등 떠밀려 하루 전에 외가로 떠났다. #. 하여 魄散에 이르기 전에 白雪의 설..

소토골 일기 2022.02.01

나이테,

#. 이맘때쯤이면 생기는 일들, #. 겨울동안 맘 놓고 게으름을 피던 경운기가 누운 당나귀처럼 요지부동이다. #. 뿐인가 아무리 열심히 밭갈이를 해봐도 영 시원찮았던 이유가 로타리 날이 닳고 닳아 땅을 파기보다는 허공을 파고 있었던 것 #. 또 지네 다리처럼 수두룩 매달린 로타리 날은 균일하게 닳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 따라 닳는 정도가 각 각 틀리다는 걸 이제야 알았으니 차암~ #. 일 벌이는 김에 이것저것을 묶음으로 하여 필요한 부속들을 구입했는데 #. 먼 동네 어느 노인의 손에서 늙고 낡아버린 곳곳의 부속들은 녹이 슬만큼 슬어서 풀려야 하는 볼트와 너트가 요지부동 하고도 헛돌기를 일삼고 있으니 일은 진척 없이 용만 쓰게 되는지라 #. 이렇게 저렇게 비짓땀을 흘린 끝에 일 벌인지 며칠 만에 모두 해결,..

소토골 일기 202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