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산골 양생방,

햇꿈둥지 2022. 4. 17. 04:27

 

 

#.

이맘때쯤에는

철없는 산짐승처럼 살아도 좋겠다.

 

#.

아직 

씨 뿌린 소채들을 거두어 먹을 때로는 이르니

냉이를 시작으로

쑥과 씀바귀와 달래,

그리고 

질경이에 원추리 까지,

 

#. 

다소 생소한 눈개승마를

순이 돋는 대로 두서없이 베어

무침 나물 정도로 먹었는데

 

#.

오래 두고 먹기를 궁리 끝에

염장을 해 보기로 했고

황소 뒷걸음에 개구리 밟듯

이게 썩 맘에 드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향취까지,

 

#.

이 엄청난 실수에 힘 입어

아내는 장차

산마늘과 화살촉 잎과 뽕잎과

주변의 또 또 또... 의 머리채를 쥐어뜯어

모조리

염장을 하겠다고

제법 비장하다.

 

#. 

조장되지 않은 채

버려진듯한 주변의 먹을거리

이 모든 것들이

생명의 음식이 되는 것인데

 

#.

조명빨 삐까한 매장의

벌레 먹은 자리 없이 뺀도롬한 먹을거리에 취해

우리 건강을 멱살 잡히고 있는 것,

 

#. 

바구니 하나 들고

들로 나가고

산에 드는 일

 

#.

신토불이 이며

신시(時)불이 이다.

 

#.

이 봄 끝자락쯤에는

뒷 산 신령님 뒤에 태운 채

구름 타고 노니는 법을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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