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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짧은 비닐하우스는
여러 날 용을 쓴 끝에 어쨌든 마무리되었으므로
길일의 날을 택해
공손하게
고추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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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골짜기 코딱지 텃밭들은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얼갈이며 온갖 채소들을
오동통 키워냈으므로
푸르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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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小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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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걸음으로 쉴 틈 없던 사이
다섯 달 넘도록 준비해온
시골동네 공모전 하나를 마쳤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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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기도 할 겸
잠시
약 취한 바퀴벌레처럼
발라당
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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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이걸 마쳤으므로 저걸 준비해야 하고
저걸 마쳤으니
다시 이걸 해야 하는
한 해 길이로 맺히고 이어지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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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진정한 휴식은
어쩔 수 없이 일 속에 있는 것임을
이제 알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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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의 새벽
이슬 함초롬한 밭고랑을 어슬렁 걸으며
따듯하게 둘러보고 어루만져 보는 일로
그저 쇄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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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후한 햇볕과 바람이
온갖 꽃들을 피워내고 있음에도
아내는 기어이
누옥의 바람벽에 꽃 한 송이 걸어 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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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볕에 그을리던 마당쇠의 노고쯤이야
넘치게 위무되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