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그래서 小滿,

햇꿈둥지 2022. 5. 12. 06:20

 

#. 

길이가 짧은 비닐하우스는 

여러 날 용을 쓴 끝에 어쨌든 마무리되었으므로

길일의 날을 택해

공손하게

고추 심었다.

 

#.

이제

산골짜기 코딱지 텃밭들은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얼갈이며 온갖 채소들을 

오동통 키워냈으므로

푸르게 가득하다.

 

#.

그래서

小滿이다.

 

#.

종종걸음으로 쉴 틈 없던 사이

다섯 달 넘도록 준비해온

시골동네 공모전 하나를 마쳤으므로

 

#.

숨 고르기도 할 겸

잠시

약 취한 바퀴벌레처럼

발라당

쉬기로 한다. 

 

#.

그러나 또

이걸 마쳤으므로 저걸 준비해야 하고

저걸 마쳤으니

다시 이걸 해야 하는

한 해 길이로 맺히고 이어지는 일들,

 

#.

시골살이 진정한 휴식은

어쩔 수 없이 일 속에 있는 것임을

이제 알아가니

 

#.

미명의 새벽

이슬 함초롬한 밭고랑을 어슬렁 걸으며

따듯하게 둘러보고 어루만져 보는 일로

그저 쇄락하다.

 

#.

돈후한 햇볕과 바람이

온갖 꽃들을 피워내고 있음에도

아내는 기어이

누옥의 바람벽에 꽃 한 송이 걸어 주었으니

 

#.

봄 볕에 그을리던 마당쇠의 노고쯤이야

넘치게 위무되고 말고,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쨌든 빗방울,  (0) 2022.05.31
5월 건달 일기,  (0) 2022.05.24
계절병,  (0) 2022.05.03
산골 양생방,  (0) 2022.04.17
척후화,  (0) 2022.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