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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의 의사가 건네 준
목숨 연장 교지를 받들어 보다가
오늘이
5월하고도 하순의 날들임을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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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푸른 날들을
허투루 도둑맞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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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에 찔레 향기 어지러운 날들
게으른 밭가의
망초 지칭개들이
제 몸 가장 높은 자리에
꽃 한 송이씩 공손하게 받들고 서 있는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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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물 버리다가 애 까지 쏟듯
그렇게 버려진 해바라기 씨앗이
모둠지어 치솟길래
집 오름길 옆으로 자리를 바로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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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이글거리는 8월쯤
더운 허공 속에서
정연한 치열로 익어갈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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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손바닥 위를 맴도는 손오공처럼
작은 터전을 맴돌아
씨 뿌리고 가꾼 날들
성실했던 5월의 푸른 날들이 여리고 푸른 작물들로 장하게 자랐으니
그만 좀 쉬어 가기로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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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푸르던 시절
이 산 저 산 드나들던 기억을 더듬어
오로지 적막뿐이던 산의 산속에 들었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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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은 간 곳 없이
나무는 버혀지고
상전은 불 밝혀 평지가 되었으니
과연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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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힘으로 초록 발랄해야 할 밭에
며칠째 물 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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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라기 농사일마저
사람의 손끝으로 만들어야 하는
인공지절
건달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