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5월 건달 일기,

햇꿈둥지 2022. 5. 24. 10:37

 

 

#. 

초로의 의사가 건네 준

목숨 연장 교지를 받들어 보다가

오늘이

5월하고도 하순의 날들임을 알아낸다.

 

#.

5월의 푸른 날들을

허투루 도둑맞은 것 같다.

 

#.

바람 속에 찔레 향기 어지러운 날들

게으른 밭가의

망초 지칭개들이

제 몸 가장 높은 자리에

꽃 한 송이씩 공손하게 받들고 서 있는

한 낮,

 

#.

목욕물 버리다가 애 까지 쏟듯

그렇게 버려진 해바라기 씨앗이

모둠지어 치솟길래

집 오름길 옆으로 자리를 바로 해 주었다.

 

#. 

뙤약볕 이글거리는 8월쯤

더운 허공 속에서

정연한 치열로 익어갈 게다.

 

#. 

부처님 손바닥 위를 맴도는 손오공처럼

작은 터전을 맴돌아

씨 뿌리고 가꾼 날들

성실했던 5월의 푸른 날들이 여리고 푸른 작물들로 장하게 자랐으니

그만 좀 쉬어 가기로 하여

 

#.

몸 푸르던 시절 

이 산 저 산 드나들던 기억을 더듬어

오로지 적막뿐이던 산의 산속에 들었더니만

 

#.

적막은 간 곳 없이

나무는 버혀지고

상전은 불 밝혀 평지가 되었으니

과연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다.

 

#.

하늘의 힘으로 초록 발랄해야 할 밭에

며칠째 물 뿌리기,

 

#. 

하늘바라기 농사일마저

사람의 손끝으로 만들어야 하는

인공지절

건달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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