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옛다~ 비!

햇꿈둥지 2022. 6. 7. 06:04

 

 

#.

목 타는 수십일 동안 

염불을 했더니만

 

#.

긍휼 하시도다 하늘이여

드디어

옛다 비~

 

#.

땅거죽 적실만큼

성의 표시 정도의 비를 주셨도다.

 

#. 

다음 판엔

냅다 비!

를 주시어요~

 

#.

뭣이 됐든

빌고 매달려 볼 일이다.

 

#.

그리하여 

작물은 겨우 까치발 든 만큼 자라고

풀들만 껑충 치솟았다.

 

#.

거 참~

이상도하지

매일매일 신줏단지 위하듯 물 뿌려 가꾼 작물들은 지지부진하고

메마름으로 몸을 뒤틀던 풀들은 껑충 자랐을까?

 

#.

자연 속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자란 풀들의 생명력,

 

#. 

사람의 아이를 키우는 일조차

곰 곰

다시 생각해야 할 일이다.

 

#.

형수의 칠순이었다

케이크에 불 밝혀 환갑을 축하하던 기억이 엊그제인데

참 쉽게도 여기까지 와 있었다

 

#.

꽃 같은 아이들이 생겨나고 자라서

안고 업고 

깔 깔 깔 정신줄 놓은 사이

우리 모두 우르르

칠순의 낡은 길로 몰려가고 있는 거다. 

 

#.

팔순쯤엔 어찌 될까?

다시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는 할까?

 

#.

까짓거

오늘 모두 손잡아 명랑했으니

됐다고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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