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계절병,

햇꿈둥지 2022. 5. 3. 13:16

 

#.

노랑 민들레

하양 민들레

다정도 하다.

 

#.

겨울 동안 바람에 펄럭거리던 비닐하우스를 말끔히 걷어치우고

새로 씌울 비닐을 주문했는데

양쪽 문 달릴 부분을 빼어 놓은 채 평면 길이만 계산한 탓에

짧다.

 

#.

비닐은 짧고

아내의 지청구는 길고,

 

#.

이럴 때

마이너스의 손임을 절감한다.

 

#.

어찌어찌 궁리하여

겨우 해결책을 찾기는 했으나

일이 곱에 곱으로 힘겨워지고 늦어지는 바람에

하우스 안에 고추 심을 일이 발 등의 불이 되었다.

 

#.

그래도 뭐 어쨌든

마무리되면 그만인 일,

하늘을 우러러

쪼오끔 쪽 팔리는 일이 돼야 부렀다.

 

#.

그렇게 동동거리는 새

푸르게 5월이 되었다.

 

#. 

연두의 고운 순에 취해 있던 사이

풀들은 왕성하게 일어나서

뽑고

뽑고

또 뽑고,

 

#.

이 일을 하러 이쪽으로 가다가

저 일을 하러 저쪽으로 가다가

발부리에 차이는 풀을 뽑기 위해 주저앉아

정작으로 하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로지 풀 뽑기에 매진하는 증세,

 

#.

계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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