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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민들레
하양 민들레
다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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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안 바람에 펄럭거리던 비닐하우스를 말끔히 걷어치우고
새로 씌울 비닐을 주문했는데
양쪽 문 달릴 부분을 빼어 놓은 채 평면 길이만 계산한 탓에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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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은 짧고
아내의 지청구는 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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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마이너스의 손임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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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궁리하여
겨우 해결책을 찾기는 했으나
일이 곱에 곱으로 힘겨워지고 늦어지는 바람에
하우스 안에 고추 심을 일이 발 등의 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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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어쨌든
마무리되면 그만인 일,
하늘을 우러러
쪼오끔 쪽 팔리는 일이 돼야 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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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동동거리는 새
푸르게 5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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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의 고운 순에 취해 있던 사이
풀들은 왕성하게 일어나서
뽑고
뽑고
또 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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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러 이쪽으로 가다가
저 일을 하러 저쪽으로 가다가
발부리에 차이는 풀을 뽑기 위해 주저앉아
정작으로 하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로지 풀 뽑기에 매진하는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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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