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어쨌든 빗방울,

햇꿈둥지 2022. 5. 31. 07:05

 

 

#.

비가 온다고 했던가?

비 보다 더 요란한 예보 뒤에

그야말로 찔끔

빗방울 몇 개 오셨다.

 

#. 

산 넘어에서

초롱초롱 넘쳐흐르던 샘물이

가뭄에 덜미 잡혀 힘겹게 흐르더니

기어이 절명 하셨다.

 

#. 

잦은 비가 걱정되던 시절도 있었음을 기억하는 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

급히

상수도로 바꾸기는 했지만

문제는

비닐하우스에 심긴 고추의 급수 방식이

산속 샘물을 집수하여 점적으로 보내는 방식이니

올 고추 농사는 망했다.

 

#.

아니면

참을성 있는 고추들이

이 가뭄을 그럭저럭 견딘 채

마른 고추를 열리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서해의 먼 섬에서 온 바지락과

산골 아욱이 만나

아득한 시절의 엄마 맛을 흉내 낸 채

황홀한 국물이 된 아침 밥상,

 

#.

이러면 됐지

가뭄 걱정일랑 하여 무삼하리오,

 

#.

포동 하던 작약이 

제 발등에 꽃잎을 떨구던 날,

오월의 푸른 날들은

초록 그늘 아래 소복히 쌓여 있었다.

 

#.

이소한 어린 새들의 서툰 날갯짓이

푸른 바람 되어 흔들리는

산 속

눈 깊은 허공,

 

#.

이제 유월이 되는 거라고

하루 종일

뻐꾸기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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