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온통 뻐꾹,

햇꿈둥지 2022. 6. 14. 04:16

 

#. 

출렁다리 울렁다리에 더해

억지 잔도를 만들었으므로

놀기에 그만이라는 풍문이 무성한 뒤

신발 있는 사람들 모두

내 차로, 버스로 미어지게 몰려들어

드디어

이 푸른 산을 밟아 죽이기로 한 건지,

 ∮.

사람의 집을 늘리기 위해 파헤쳐지던 산은

이제

사람의 놀잇감을 위해 속살을 드러내 놓고 있었다.

 ∮.

문화라는 이름을 씌워

함부로 망가뜨리는 산과 들, 그리고 강,

 ∮.

장차

더 많은 사람들의

더 짜릿한 놀이를 위해

산 깊은 곳곳에 연일 기계소리,

 ∮.

자연의 품에 안겨

본래의 길로 가는것이 생명의 길이 되는걸

언제쯤 알게될까?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을 때 까지

절대로

가지 않으리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먼 도시 친구들의 억지 손길을

뿌리칠 길이 없었다.

 

#.

아침 걷기를

개천 옆 길에서

깊은 산길로 바꿨다.

어두워

고요하고

공기는 아름다운 시간,

 

#.

산 깊은 자리에

책방 차리고 빵 굽는 이가 있어

아주 가끔 한가로이 다녀오는 곳,

집 안의 서가에 먼지가 쌓이고 있는데도

새 책들에 다시 욕심이 생긴다.

 

#.

흐림과 흐림

가끔 비

더러는 소나기

다시 흐림,

 

#.

장마는 이제 전설이 되고

건기

아니면 우기,

 

#.

결혼한 지 10년째라고

아이들 학교조차 배낭에 꾸려

호로록 제주도로 날아가 버리는 

요즘

젊은 깡다구,

 

#.

앞산

뒷산

먼산

온통

뻐꾹

뻐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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