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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비 오시고
그 비 따라
밤 새 봄 오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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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 저 일로 동동거리던 한 낮
이마며 등에 땀줄기가 흥건하니
그야말로 화들짝 봄 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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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보다도 훨씬 서두른 걸음으로
마당가 수도가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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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밭둑에서 몸을 비비고 서 있던
마른풀들과
잡목들을 베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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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정갈하게
봄을 맞아야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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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으로 한해를 거른 돼지파를
포트에 싹 틔워
오늘 노지로 옮겨 심었다.
누가 또 이런 짓을 하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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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벙덤벙
좌충우돌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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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늘을 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고추는 작년의 반만 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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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게 궁금한 것 하나,
과연
작년 고생의 반만 하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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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전화기가 생겼단다.
절대로 울지 않는 캔디폰이어서
수시로 문자,
수시로 전화,
제 때 받지 않으면
예의에 맞지 않는 거라고 야단,
장차 이 노릇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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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저걸 심고
저기에는 이걸 심고
야심 찬 아내의 등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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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풀은 누가 뽑고
저기 풀은 누가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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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야심과
마당쇠의 고뇌
그리고
각기 다른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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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쨌든
겨우 내
기린 목으로 기다리던 봄이니
자주 유쾌하고 상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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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