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아직은,

햇꿈둥지 2022. 3. 14. 08:16

 

 

#.

밤 새 비 오시고

그 비 따라

밤 새 봄 오시고,

 

#. 

이 일 저 일로 동동거리던 한 낮

이마며 등에 땀줄기가 흥건하니

그야말로 화들짝 봄 이로다.

 

#.

지난 해 보다도 훨씬 서두른 걸음으로

마당가 수도가 녹았다.

 

#.

겨우내 밭둑에서 몸을 비비고 서 있던

마른풀들과

잡목들을 베어낸다.

 

#.

조금 더 정갈하게

봄을 맞아야겠기에

 

#. 

게으름으로 한해를 거른 돼지파를

포트에 싹 틔워

오늘 노지로 옮겨 심었다.

누가 또 이런 짓을 하겠는지···

 

#.

엄벙덤벙

좌충우돌 농사,

 

#.

지난해

마늘을 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고추는 작년의 반만 심기로 했다.

 

#.

자신 있게 궁금한 것 하나,

과연

작년 고생의 반만 하면 되는 걸까?

 

#.

아이에게 전화기가 생겼단다.

절대로 울지 않는 캔디폰이어서

수시로 문자,

수시로 전화,

제 때 받지 않으면

예의에 맞지 않는 거라고 야단,

장차 이 노릇을 어이할꼬···

 

#.

여기에는 저걸 심고

저기에는 이걸 심고

야심 찬 아내의 등 뒤에서

 

#.

여기 풀은 누가 뽑고

저기 풀은 누가 뽑나?

 

#.

아내의 야심과

마당쇠의 고뇌

그리고

각기 다른 팔자,

 

#.

그래도 어쨌든

겨우 내 

기린 목으로 기다리던 봄이니

자주 유쾌하고 상쾌도 하다.

 

#.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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