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조급증,

햇꿈둥지 2022. 3. 1. 08:35

 

 

#.

밤새

휘모리 바람 속에

비 더불어 눈 오시더니

나무 위의 물방울들 모아 모아

전위의 휘갈긴 흔적들,

 

#.

경칩을 지척에 두고도

여전히

겨울 치하,

 

#.

그러나

한낮 햇볕 속에는

탄탄한 힘줄이 돋기 시작했다.

 

#.

몇 번쯤

몽니의 꽃샘추위가 있겠지만

그까짓 거 참고 말고

봄이 온다는데,

 

#.

벌써

거름과 비료 포대들이 쌓이기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농사,

 

#.

겨우내

늴늬리맘보로 늘어져 있던 

농기계와 기구들을 깨우고 손질한다.

 

#.

늙은 경운기에 매달려 

한나절 용을 쓰는 등 뒤에서

'싣고 나가 고쳐오면 될 것'이라는 

훈수를 겸한 지청구가 있었으나

 

#.

사용하는 사람만이 아는 고질병과

그 고질병에 대한 개별 처방도 있는 것,

이 처방이 제대로 효과를 낼 때

백수의 날들이거니 또 얼마나 장한지,

 

#.

겨우내

모서리 날카로운 삭풍에 온 몸을 긁혀

핍진한 갈색 들판에

다시 새순이 돋고

밀물처럼 초록의 포말이 밀려올 거란 풍문,

 

#.

그때가 되면

호미 하나로 서툴기만 하던 한나절 노고조차

연하고 푸르게 위로될 터이니

이제

저 들에 아지랑이처럼

비틀비틀 일어서야겠다.

 

#.

춘삼월이

추운 삼월의 줄임말이 될지라도,

 

#.

그러나 또

이때쯤의 조급증은 

정작 봄이 되어 이 일 저 일에 등떠밀리는 노고보다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은,  (0) 2022.03.14
세상 뒤집기,  (0) 2022.03.05
대길하고 다경 하시길,  (0) 2022.02.05
魂飛 白 설,  (0) 2022.02.01
나이테,  (0) 202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