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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휘모리 바람 속에
비 더불어 눈 오시더니
나무 위의 물방울들 모아 모아
전위의 휘갈긴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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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을 지척에 두고도
여전히
겨울 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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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낮 햇볕 속에는
탄탄한 힘줄이 돋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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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쯤
몽니의 꽃샘추위가 있겠지만
그까짓 거 참고 말고
봄이 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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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거름과 비료 포대들이 쌓이기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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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늴늬리맘보로 늘어져 있던
농기계와 기구들을 깨우고 손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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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경운기에 매달려
한나절 용을 쓰는 등 뒤에서
'싣고 나가 고쳐오면 될 것'이라는
훈수를 겸한 지청구가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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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하는 사람만이 아는 고질병과
그 고질병에 대한 개별 처방도 있는 것,
이 처방이 제대로 효과를 낼 때
백수의 날들이거니 또 얼마나 장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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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모서리 날카로운 삭풍에 온 몸을 긁혀
핍진한 갈색 들판에
다시 새순이 돋고
밀물처럼 초록의 포말이 밀려올 거란 풍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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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되면
호미 하나로 서툴기만 하던 한나절 노고조차
연하고 푸르게 위로될 터이니
이제
저 들에 아지랑이처럼
비틀비틀 일어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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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이
추운 삼월의 줄임말이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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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이때쯤의 조급증은
정작 봄이 되어 이 일 저 일에 등떠밀리는 노고보다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