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맘때쯤이면 생기는 일들,
#.
겨울동안
맘 놓고 게으름을 피던 경운기가
누운 당나귀처럼 요지부동이다.
#.
뿐인가
아무리 열심히 밭갈이를 해봐도
영 시원찮았던 이유가
로타리 날이 닳고 닳아
땅을 파기보다는 허공을 파고 있었던 것
#.
또
지네 다리처럼 수두룩 매달린 로타리 날은
균일하게 닳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 따라 닳는 정도가 각 각 틀리다는 걸
이제야 알았으니
차암~
#.
일 벌이는 김에
이것저것을 묶음으로 하여
필요한 부속들을 구입했는데
#.
먼 동네 어느 노인의 손에서
늙고 낡아버린 곳곳의 부속들은
녹이 슬만큼 슬어서 풀려야 하는 볼트와 너트가 요지부동 하고도
헛돌기를 일삼고 있으니
일은 진척 없이 용만 쓰게 되는지라
#.
이렇게
저렇게
비짓땀을 흘린 끝에
일 벌인지 며칠 만에 모두 해결,
#.
꿈결에 다시 생각해봐도
장하고 장한지고,
#.
노인회 총무가 전화하여 알리기를
무신 무신 단체에서
만두를 보냈으니 가져가시라
#.
늙어가면서
부지의 사람들 손에 자꾸 기대는 일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방식에 길들여지는 일 또한 경계함이 마땅하여
나는 됐으니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라고 했다.
#.
설과
아이 백일과
마흔 하고도 두 번째의 결혼한 날이 어우러 더우러
짬뽕의 묶음이 된 날,
#.
살며
살며
낡고 비워진 우리의 지난날들이
이제 장성한 두 짝의 사람들과
더하여
네 아이들로 차곡하고도 법석하니
#.
동그랗게 예쁜
내 안의 나이테
이만하면 됐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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