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나이테,

햇꿈둥지 2022. 1. 30. 06:47

 

 

#.

이맘때쯤이면 생기는 일들,

 

#.

겨울동안

맘 놓고 게으름을 피던 경운기가

누운 당나귀처럼 요지부동이다.

 

#.

뿐인가

아무리 열심히 밭갈이를 해봐도

영 시원찮았던 이유가

로타리 날이 닳고 닳아 

땅을 파기보다는 허공을 파고 있었던 것

 

#.

지네 다리처럼 수두룩 매달린 로타리 날은

균일하게 닳는 것이 아니라

위치에 따라 닳는 정도가 각 각 틀리다는 걸

이제야 알았으니

차암~

 

#.

일 벌이는 김에

이것저것을 묶음으로 하여

필요한 부속들을 구입했는데

 

#.

먼 동네 어느 노인의 손에서

늙고 낡아버린 곳곳의 부속들은

녹이 슬만큼 슬어서 풀려야 하는 볼트와 너트가 요지부동 하고도

헛돌기를 일삼고 있으니

일은 진척 없이 용만 쓰게 되는지라

 

#.

이렇게

저렇게

비짓땀을 흘린 끝에 

일 벌인지 며칠 만에 모두 해결,

 

#.

꿈결에 다시 생각해봐도

장하고 장한지고,

 

#.

노인회 총무가 전화하여 알리기를

무신 무신 단체에서

만두를 보냈으니 가져가시라

 

#.

늙어가면서

부지의 사람들 손에 자꾸 기대는 일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방식에 길들여지는 일 또한 경계함이 마땅하여

나는 됐으니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라고 했다.

 

#.

설과

아이 백일과

마흔 하고도 두 번째의 결혼한 날이 어우러 더우러 

짬뽕의 묶음이 된 날,

 

#.

살며

살며

낡고 비워진 우리의 지난날들이

이제 장성한 두 짝의 사람들과

더하여

네 아이들로 차곡하고도 법석하니

 

#.

동그랗게 예쁜

내 안의 나이테

이만하면 됐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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