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한낮 햇살에서 살짝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
겨우내
낙엽의 그늘에 숨어 지내던
새소리는 다시 명랑하고
#.
서둘음으로 느껴지는
포대 거름이 올라오고
#.
그리고
입춘이 되었다.
#.
신새벽 어둠 속에
대길하고
다경하자고
서툰 손을 놀려 방을 붙였지만
#.
여전히 추운 날들,
#.
겨울나는 동안
조그만 변화들이 있었다.
#.
아침 잠 많은 아내 대신
아침밥을 짓는 일,
간간히 설거지를 하는 일,
#.
그리고
하루 두끼로 식사량을 줄였다.
많은 생각과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긴 배부름 에서
하루 중 잠시의 배곺음을 택 한 것,
#.
내 몸에 대한
아주 작은 뉘우침과
뒤늦은 사죄가 될 것이다.
#.
하여 조금씩
뱃속이 청량해지고 있다.
#.
글로 흰 종이의 여백을 채우는 일에서
이제 여백을 살리는 일에 몰두하는 것 처럼,
#.
결국은
본래로 돌아 가는 일,
그 암묵지적 가르침을
이제 조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