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951

장마

#.비 소리로 잠들고낙숫물 소리에 잠 깨는 아침,#.풀이 작물인지작물이 풀 인지#. 온갖 게으름의유일한 핑계는어쩔수 없이 또 비,#.그런 중에도비 틈새를 비집어농익은 자두를 따고오이와 토마토의 유인줄을 묶어주는부정기적 성실조차 썩 기특한 날들,#.일기예보와 기상도를이 나이쯤의 내공으로 완벽 분석한 뒤앞 산을 향해 걷기 시작,이제 막되돌아야 할 지점에서 비를 만났다.흠뻑 비에 젖기 딱 좋은거리와 시간,#.장마철에 한번쯤비를 쫄딱 맞아주는 일,비에 대한 예우이다.#.소슬한 추위는사은품, #.부실한 내공은내상이 되기 일쑤이다. #.해가 어디 있는지가늠할 수 없음에도꽃들은 태양을 향해 성실하게 피어 나고그래서나 또한 해바라기의 얼굴로 하늘을 우러를 수 있는#.흐린날 속의 향일성 화려,#.비 속에화선지 한 묶음이..

소토골 일기 2024.07.05

세월 유월,

#.유월의 서른 날들이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부모님 선영 곁의 그 길을한 달 새 세 번이나 지나쳐 다녔다.#.아내와 번갈아여기가 아프고저기가 걱정되고... 하여대처의 병원을 다녀야 했다.#.그리하고도재넘어 시내의 점 점 흐려지는 눈 때문에 안과와열흘 너머의 어깨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오전 오후로 찾아다니는 길,#.열흘이 넘도록 어깨 통증을 견딘 이유는한의원을 순례하며부항을 하고뜸을 하고침을 맞았으나그니들의 말로 이름은 한방치료이나 한 방에 낫지를 않고 두 방, 세 방, 다섯 방... 열 방 하여나날이 거북이 등에 부항을 뜬 꼴이 되고 말아서#.뒤늦게 수정하여 정형외과,#.열흘 가량 통증을 키운 대가로엄청 아픈 주사를 아무 소리 못하고 견뎌야 했다.#.소염진통제항생제항경련제로 버무린 약 한 봉지를 들고 ..

소토골 일기 2024.06.29

옛다 비,

#.건강 검진을 마친 아내는다소 쫄은 모습으로 '큰 병원'을 가야 한다고 했다.#.  허위허위 당도하여 만난큰 병원 의사는 이건 이러하고 저건 저러하여 아무 문제없는걸무엇하러 예까지 왔느냐는 반문,#.病院이病原이다.제기럴~#.아랫집 할아버지배배 돌아가는 옥수수 대궁처럼나날이 시원찮은 관절을 채근하여시도 때도 없이 밭에 물을 주셨으므로이를 가엾게 여기신 하늘이오늘 이른 아침부터 무겁게 열리더니#.천둥에 더하여 비번개에 옵션으로 또 비를 내리심으로써#. 긍휼 하시도다 하늘이여아랫집 할아버지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고혼곤한 낮잠에 드시도다#.지난 4일 연휴 뒤로폐렴성 감기를 시작한 1학년은입원을 할똥 말똥하여주위 모든 이들을 애타게 하더니만#.어찌어찌 집에 남게 된 아기 고양이 더불어하룻밤 이틀 낮 외가 스테이를..

소토골 일기 2024.06.22

초록 호흡,

#.이른 아침 산에 들어 살찐 고사리를 얻는 동안고요한 새소리와아주 정숙한 바람과그리고 아름다운 공기,#.폐포 가득초록 물감이 번진다.#.낮 동안 아이들 놀이 같은 농사일에 매달려 있다가해 질 녘에는재 너머 음악회에 가야 한다는 것,#.편한 작업복을불편한 정장으로 바꿔 입어야 하는 일,#.인위는 불편하다.#. 처음으로 함께 간 정우의"베토벤 교향곡"은 베토벤이 직접 연주하느냐는 예쁜 궁금,#.매년의 농사임에도고추모종 심기의 작은 실수가많지 않은 두 번 일을 만들었다.#.고춧모를 다시 사고그 초록 틈새에아이스께끼 한 개 숨겨 주었다.#.아이스께끼의 시원함을 능가하는아내의 호들갑,#.시골살이참 별거 아닌 일로 시원해진다^^

소토골 일기 2024.05.12

5월 풍경

#.앞 동네 아우가고춧모를 실어 주며 들꽃 모종을 따로 담아 주었다.#.비 속에 노란 송홧가루가 둥 둥 떠다니고 있었다.#.반 건달 농사꾼조차 아침부터 고요하게 가라앉은 여유로움,#. 어린이날이 있고다시어버이날이 있는 오월,#.싸움 나도 말릴 사람 하나 없이 적막하던 촌동네 삼거리가광화문 네거리 찜 쪄 먹게 밀리고 있었다#.어린이날을 위하고어버이날을 위해 푸른 오월이가정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빗소리가 곱에 곱으로 증폭되는 비닐하우스에 들어정우 정환이와 함께 고추를 심었다.#.한 고랑 끝날 때마다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운 아이들과의 놀이,#.역시비닐하우스는비일하우스로다.

소토골 일기 2024.05.06

젖은 봄날

#. 찰박 찰박 젖은 걸음으로 하루종일 비 오시더니 #. 심긴 작물들은 여전히 소식이 없는데 껑충 까치발로 자란 밭고랑의 풀들, #. 알록달록 흐드러졌던 꽃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속절없이 떨어져 밭고랑을 분홍색으로 점묘했다. #. 비틀걸음으로 봄빛 속에 흔들리는 나비가 꽃잎인지 허공에서 쏟아져 내리는 꽃잎이 나비인지, #. 새 싹 보다 먼저 꽃향기 부터 올올이 자라 오를 듯, #. 이 산골 저 골짜기에 둥지 틀어 사는 세 부부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 있다. #. 많지 않은 세 집의 모임조차 날 정하기가 여의치 않아 이렇게 저렇게 상의를 한 끝에 결국 아침 모임이 되었다. #. 이 산꼬댕이에 이른 아침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음식점이 있다는 거 이른 아침부터 손님이 있다는 거 경이롭다. #. 사람 ..

소토골 일기 2024.04.23

연두 세상

#. 새벽 걷기 운동, 쉰 목소리로 비둘기 울고 오늘 아침 처음으로 뻐꾸기 우는 숲 속 작은 길을 열심히 열심히 걷고 있는 중인데 슬그머니 옆에 멈춘 차 한 대 버스 타는 곳은 한참을 더 나가야 하니 기어이 옆 자리에 타라는 말씀, #.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결혼 전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우던 아들이 이제 그만 시골살이를 시키겠노라고 불쑥 안고 내려왔다. #. 시방 천방지축으로 마당을 뛰어다니는 네 놈 더하기 한 놈... 하여 내 뜰에 고양이 넘치나이다 #. 일찌감치 토마토 모종을 심고 오이 모종을 심고 심고 또 씨앗 넣기를 하여 사월의 열흘 넘은 날들이 연두 싹을 틔우기 시작했고 #. 뒷 산 싸리나무 꽃이 밤마다 흰 포말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입안에..

소토골 일기 2024.04.17

과연 봄 이로다.

#. 부모님 선영 오름길이 지난해 비로 차가 다닐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 그걸 고치는 일로 왈가왈부 끝에 힘을 모아 팔을 걷어 부치는 것이 아니라 관할 면사무소에 민원을 넣기로 했다는 거다. #. 하여 햇빛 포근하던 지난주 꼬맹이 트럭에 산꼬댕이 돌을 가득 싣고 가서 한나절 용을 쓴 끝에 뚝딱 고쳐 놓았다. #. 스스로의 방식을 폐기하고 점 점 영악해지는 세태, #. 부모님 묘소 서너 곳에 멧돼지와 오소리의 짓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있어 이 또한 이마빡 흥건한 땀의 노고 끝에 복구, #. 상석에 향 피우고 술 한잔 따라 올린 뒤 간곡히 말씀드리기를, 밖에는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집 안에만 계시지 말고 밖에도 나와 보시고 멧돼지 또 오거든 땅파기 전에 좀 쫓으세요 쫓는 거 귀찮으시면 전화 000번으로..

소토골 일기 2024.04.10

꽃, 봄,

#. 산골짜기에도 드디어 꽃이 피었다. #.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피었다. #. 자꾸 황송하다. #. 부리 노란 아이들의 지시어가 있었다 "내 밭을 만들어 주세요" #. 무상 경운 무상 관리 원격 파종 무상 사랑의 번외 농사, #. 참 개떡 같은 농장, #. 일찌감치 밭은 갈아 놓았으나 새로 신청한 관리기가 산골 꽃 보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감자 심기가 늦었다. #. 늦게 캐면 되겠거니· · · #. 재 넘어 작은 도시로 들어서는 개천변에 벚꽃들이 팝콘처럼 터지기 시작했으나 #. 어깨 팔뚝지 발등마다 목장 풀밭에 쇠똥 널리듯 매달린 이런 일 저런 일 · · · 들 · · · #. 얼른 끝내고 떨어져 누운 꽃 잎 베고 누워 늙어 빠진 봄처녀와 히히덕 수다하여야겠다.

소토골 일기 2024.04.05

겨울 몽니,

#. 산골 음지엔 여전히 겨울의 송곳니 같은 잔설이 남아 있고도 비 오시는 틈새 간간이 섞여 내리는 눈, #. 겨울의 몽니 이거나 봄의 게으름 이거나 #. 그런 중에도 제 안에 한가득 봄을 끌어 안은채 팽팽하게 인내하는 꽃 몽우리 하나, #. 징검 징검 내리는 비 틈새 동안거에 들었던 경운기를 깨워 이제 그만 밭을 갈 참인데 앞동네 아우가 트랙터를 몰고 올라와서는 잠깐의 맴돌기 끝에 모난 돌이 지천인 산골짜기 따비밭을 곱게도 갈아 놓았다. #. 집 들어서기 바쁘게 '술부터 한잔' 달라던 그의 술빨은 술을 끊든가 목숨을 끊든가...의 극단 처방에 결국 차 한잔을 술 처럼 마시되 술 처럼 취하지는 않는 상황을 감지덕지 끌어안고 살게 되었다. #. 처음엔 꼬소하던 마음이 점차 딱한 마음이 되어 다 낫거든 기념..

소토골 일기 2024.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