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연두 세상

햇꿈둥지 2024. 4. 17. 09:56

 

#. 
새벽 걷기 운동,
쉰 목소리로 비둘기 울고
오늘 아침 처음으로 뻐꾸기 우는 숲 속 작은 길을
열심히
열심히 걷고 있는 중인데
슬그머니 옆에 멈춘 차 한 대
버스 타는 곳은 한참을 더 나가야 하니
기어이 옆 자리에 타라는 말씀,

#.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
결혼 전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우던 아들이
이제 그만 시골살이를 시키겠노라고
불쑥 안고 내려왔다.

#.
시방 천방지축으로 마당을 뛰어다니는
네 놈 더하기 한 놈... 하여
내 뜰에 고양이 넘치나이다

#. 
일찌감치
토마토 모종을 심고 오이 모종을 심고
심고
또 씨앗 넣기를 하여
사월의 열흘 넘은 날들이 
연두 싹을 틔우기 시작했고

#.
뒷 산 싸리나무 꽃이
밤마다
흰 포말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입안에 넘쳐나는 초록 생명들이
매양 기적이다.

#.
늦둥이 아이를 결혼시키는 장한 친구가 있어
입성 반듯이 하여 예식장엘 갔더니만
늙은 동무들이 왁자하게 모여 있었다.
기억의 저 먼 바닥을 들추어야 이름이 생각나는 쪼끄맣던 아이들이
더러는 뒷짐을 진 채
세월의 무거운 짐들로 절룩이고 있었다.

#.
어쨌든
창 밖엔 아직 꽃들이 화들짝 하니
외로웠던 날들조차
꽃으로 필 수 있는

#.
환장할 것 같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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