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몽니,

햇꿈둥지 2024. 3. 30. 15:44

 

#.
산골 음지엔 여전히
겨울의 송곳니 같은 잔설이 남아 있고도
비 오시는 틈새
간간이 섞여 내리는 눈,

#.
겨울의 몽니 이거나
봄의 게으름 이거나

#.
그런 중에도
제 안에 한가득 봄을 끌어 안은채
팽팽하게 인내하는
꽃 몽우리 하나,

#.
징검 징검 내리는 비 틈새
동안거에 들었던 경운기를 깨워
이제 그만 밭을 갈 참인데
앞동네 아우가 트랙터를 몰고 올라와서는
잠깐의 맴돌기 끝에
모난 돌이 지천인 산골짜기 따비밭을 곱게도 갈아 놓았다.

#.
집 들어서기 바쁘게
'술부터 한잔' 달라던 그의 술빨은
술을 끊든가 목숨을 끊든가...의 극단 처방에 
결국 차 한잔을
술 처럼 마시되
술 처럼 취하지는 않는 상황을 감지덕지 끌어안고 살게 되었다.

#.
처음엔 꼬소하던 마음이
점차 딱한 마음이 되어
다 낫거든 기념으로 소주 딱 한 병만
댓 병으로 마시게 해 주마... 고 약속했다.

#.
아내는 눈 때문에
나는 가심팍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여 서울 병원 드나들기,

#.
그렇게
삼월의 서른하루를 탕진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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