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나들이 후유증

햇꿈둥지 2024. 3. 12. 06:19

 

#.
50%의 매연과
48%의 소음과
2%의 한숨,

#.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 길,

#. 
낯 선 것들이 더 많아진 거리에는
낯 선 사람들만 가득했으므로

#.
나는
먼 나라의 이방인 처럼 
모든것이 서툴었다.

#. 
안동으로 떠나는 3시 22분발 기차를 기다리는 일군의 사람들이
잠시
서울 속에 겡상도를 만들어내는 대합실,

#. 
그 소란의 틈새에
비둘기가 날고
바람이 휘청거리고,

#. 
여전히
조금 추운 대합실 의자에 앉아
창의 크기로 잘린 서울의 하늘을 본다.

#.
향토 농산물 특별 매장과
회색 비니 모자를 쓴 비구니와
힘겨워 보이는 여행 가방을 끄는 이국의 처녀들과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한량의 플래카드와

#.
모두 섞여 만들어진 도시 속에
따로의 너와
홀로의 나와
우리가 아닌 우리들이
용케도 한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
모두의
불확실한 내일,

#.
산 중에 들어서도
한 삼일
코 안의 매연 냄새에 시달린다.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분설,  (21) 2024.03.22
불쑥 봄,  (24) 2024.03.17
명절 후,  (19) 2024.02.14
생애 최초의 말년,  (13) 2024.02.03
만두 법석,  (17) 2024.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