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과연 봄 이로다.

햇꿈둥지 2024. 4. 10. 10:06

 

#. 
부모님 선영 오름길이
지난해 비로
차가 다닐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
그걸 고치는 일로 왈가왈부 끝에
힘을 모아 팔을 걷어 부치는 것이 아니라
관할 면사무소에 민원을 넣기로 했다는 거다.

#. 
하여 
햇빛 포근하던 지난주
꼬맹이 트럭에 산꼬댕이 돌을 가득 싣고 가서
한나절 용을 쓴 끝에 
뚝딱 고쳐 놓았다.

#.
스스로의 방식을 폐기하고
점 점 영악해지는 세태,

#.
부모님 묘소 서너 곳에
멧돼지와 오소리의 짓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있어
이 또한 이마빡 흥건한 땀의 노고 끝에 복구,

#.
상석에 향 피우고 술 한잔 따라 올린 뒤
간곡히 말씀드리기를,
밖에는 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집 안에만 계시지 말고 밖에도 나와 보시고
멧돼지 또 오거든 땅파기 전에 좀 쫓으세요
쫓는 거 귀찮으시면
전화 000번으로 유해조수 신고 하시고요
아셨쥬?

#.
관리기 새로 받은 것이
도대체 밭 두둑 성형이 되지 않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한나절 두 나절...열 나절 넘도록 곰 곰 해 봤으나
소경 애 낳아 씻기듯이 도대체 성과가 없어서

#.
이제 그만
마을 관리기 도사를 초빙해서 비급을 전수받아야겠다...
반 포기 중에도
까짓것 한 번만 더... 의 심정으로 이리저리 째려보다 보니
제기럴,
양쪽 두둑 날개를 고정하는 활대를 거꾸로 끼워 놓았던 거다.

#.
장하게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으나
이것저것을 심기 위한 밭두둑 성형은 이미 마무리된 상황,

#.
앞산 비둘기처럼
쉰 목소리로
이 봄의 하루를 울어예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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