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세월 유월,

햇꿈둥지 2024. 6. 29. 02:31

 

#.
유월의 서른 날들이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
부모님 선영 곁의 그 길을
한 달 새 세 번이나 지나쳐 다녔다.

#.
아내와 번갈아
여기가 아프고
저기가 걱정되고... 하여
대처의 병원을 다녀야 했다.

#.
그리하고도
재넘어 시내의 
점 점 흐려지는 눈 때문에 안과와
열흘 너머의 어깨 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오전 오후로 찾아다니는 길,

#.
열흘이 넘도록 어깨 통증을 견딘 이유는
한의원을 순례하며
부항을 하고
뜸을 하고
침을 맞았으나
그니들의 말로 이름은 한방치료이나
한 방에 낫지를 않고
두 방, 세 방, 다섯 방... 열 방 하여
나날이 거북이 등에 부항을 뜬 꼴이 되고 말아서

#.
뒤늦게 수정하여
정형외과,

#.
열흘 가량 통증을 키운 대가로
엄청 아픈 주사를 아무 소리 못하고 견뎌야 했다.

#.
소염진통제
항생제
항경련제로 버무린 약 한 봉지를 들고 나온
병원 밖 길거리에는
태양에서 쏟아져 나온 섬모충 같은 뙤약볕이
스멀스멀
내 온 몸을 갉아대기 시작했다.

#.
이제부터 
산속 내 집에 들어
늙어가는 이 몸을
한 삼일
항생제 장아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
그렇게 
유월,

'소토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 치레,  (17) 2024.07.25
장마  (20) 2024.07.05
옛다 비,  (27) 2024.06.22
초록 호흡,  (22) 2024.05.12
5월 풍경  (17) 2024.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