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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소리로 잠들고
낙숫물 소리에 잠 깨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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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작물인지
작물이 풀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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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게으름의
유일한 핑계는
어쩔수 없이
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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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중에도
비 틈새를 비집어
농익은 자두를 따고
오이와 토마토의 유인줄을 묶어주는
부정기적 성실조차 썩 기특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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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와 기상도를
이 나이쯤의 내공으로 완벽 분석한 뒤
앞 산을 향해 걷기 시작,
이제 막
되돌아야 할 지점에서 비를 만났다.
흠뻑 비에 젖기 딱 좋은
거리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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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한번쯤
비를 쫄딱 맞아주는 일,
비에 대한 예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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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슬한 추위는
사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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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내공은
내상이 되기 일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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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어디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음에도
꽃들은 태양을 향해 성실하게 피어 나고
그래서
나 또한 해바라기의 얼굴로 하늘을 우러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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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날 속의
향일성 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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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속에
화선지 한 묶음이 배달되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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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
또
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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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버려진 종이더미 속 이거니
은은한
묵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