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옛다 비,

햇꿈둥지 2024. 6. 22. 17:11

 

#.
건강 검진을 마친 아내는
다소 쫄은 모습으로 '큰 병원'을 가야 한다고 했다.

#.  
허위허위 당도하여 만난
큰 병원 의사는 
이건 이러하고 저건 저러하여 아무 문제없는걸
무엇하러 예까지 왔느냐는 반문,

#.
病院이
病原이다.
제기럴~

#.
아랫집 할아버지
배배 돌아가는 옥수수 대궁처럼
나날이 시원찮은 관절을 채근하여
시도 때도 없이 밭에 물을 주셨으므로
이를 가엾게 여기신 하늘이
오늘 이른 아침부터 무겁게 열리더니

#.
천둥에 더하여 비
번개에 옵션으로 또 비
를 내리심으로써

#. 
긍휼 하시도다 하늘이여
아랫집 할아버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고
혼곤한 낮잠에 드시도다

#.
지난 4일 연휴 뒤로
폐렴성 감기를 시작한 1학년은
입원을 할똥 말똥하여
주위 모든 이들을 애타게 하더니만

#.
어찌어찌 집에 남게 된 아기 고양이 더불어
하룻밤 이틀 낮 외가 스테이를 하는 동안
열도 기침도 가래도
한 방에 해소되었으므로
다시
학교 가고
태권도도 하게 되었다고
제법 의기양양,

#.
가뭄 끝에 내린 비로
모든 걱정들,
시원시원 해소되었으므로

#.
저 아래 시장거리 다방에 들려
늙은 마담과 마주앉아
도라지 위스키라도 한잔 때리고 와야겠으니 

#.
마누라
만원만 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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