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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속에서 조차
기어이 꽃송이를 만들어 내는
하늘의 지극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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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랄 때는
백일 치레, 첫돌 치레로
한번씩 아프고 나면
엎그레이드 된 재롱을 피우곤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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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쯤에도 치레를 하는건지
툭 하면 아파서
병원 접수 창구의 대기줄을 길게 하는 재롱?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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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일들에 등 떠밀려
징검 걸음으로 7월을 건너다 보니
어느새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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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방학을 했다.
아이들은 너무 짧다고 이구동성 이지만,
어쨌든 우리에겐
태산의 무게로 느껴지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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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정환이에
고3이라서 특별히 한 주일만...이라는 쌍둥이들과
이번 방학에는
기어이 계곡의 물고기를 잡겠노라는 예겸, 예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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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마침내 때가 되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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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것이
아이들 다녀 간 뒤에야 오던 몸살 감기가
이제는
온다는 소리만으로도 시작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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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의 패턴을 무시한
멋대로의 몸살 감기로
한 일주일 호된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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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눅눅하다가
한밤엔 장대비를 퍼 붓는
이상하고 야릇하신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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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같이 눅눅한 날들로
기어이 칠월의 서른 하루를
몽땅 떠내려 가게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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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의 판에 박은듯한 일들 처럼
우리도
옥수수를 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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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 고른 아이들이 쪼로록 앉아
더운 여름날들을 베어 먹듯 먹어 치우므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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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곳곳에
함부로 버려진
옥수수 빈자루가 굴러 다니고
그렇게 또
고단한 여름은 전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