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월, 느낌부터 참 가을스럽다. #. 아침마다 다시 심어 놓은 윗 밭의 배추 안부 여쭙기, #. 배추가 김장으로 치장하여 밥상에 오르기까지 #. 마당쇠 노릇 참 만만치 않다. #. 아장걸음을 걷던 당랑이 제법 의젓해졌으므로 초록은 다소 수척해 보이는 아침, #. 여전히 비 오시는데도 저 아래 너른 바다에서는 힘쎈 태풍 하나 열심히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 #. 산골 뜨락에 물 마를 날이 없다. #. 어쨌거나 세월 가는 대로 하늘은 푸르고 가을은 맘껏 물들어서 다시 이 가슴조차 알록달록 물들 테니 #. 그저 작은 일상들에 성실할 일, #. 허공이 꼬옥 움켜쥔 밤송이들, #. 가을이 온통 토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