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백수연가,

햇꿈둥지 2022. 8. 4. 20:24

 

 

#.

서실 정리

일상 정리

백수의 날들이

조금 더 헐렁해지도록,

 

#.

그렇게 비워진 시간에

엉금엉금 고추를 땄다.

 

#.

둘이 땀 흘려

열 넘어 나눔이 되는

부등가적 시골살이,

 

#.

결혼한 아이가 도시에 살 때

그 아파트 안에서 가끔

이고 진 시골 노인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되어 있었고

 

#.

이른 오전에

시골 버스에 듬성하게 앉아 병원을 찾아가는 노인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지만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되어 있었다.

 

#. 

저 아래 마을 길에

이제 막 손주를 본 누구 아버지가 

백일 지난 아이를 등에 업고 느릿느릿 걷고 있다.

 

#.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지난날

우리들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

흐린 하늘이

여전히 비 뿌리는 새볔,

잠에서 깨어나 작은 창문을 여니

등 푸른 산이 성큼 들어서고도

똘 똘 똘 똘~ 

환청 같은 풀벌레 소리,

 

#.

이러다가

가을 되기 전에

환장하고 말지,

 

#.

허술한 창문에도

헐렁한 가심팍에도

못 질을 해 버려야 하나?

 

#.

가출을 음모하는 시골 아이처럼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한다

인사동을 배회하고

황학동을 기웃거리고

그러다가 인연 닿는 꼬물딱지를 만나면은

손 잡아 산속에 들기를 청 하고자,

 

#.

비 속에

책을 보다가

글을 쓰다가

기타를 치다가

어지렁 건성으로 마당가의 풀을 뽑다가

아무렇게나 옹크려 낮 잠에 빠지기도 하는

 

#.

산비둘기 한 마리 쉰 목소리로 우는

산골짜기

백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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