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징검 비,

햇꿈둥지 2022. 8. 14. 11:34

 

#.

내리다가

쉬다가

더러는 햇볕 이기도 했다가

그렇게

징검징검 비가 내렸으므로

 

#.

해바라기는

마땅히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그만

땅에 눕고 말았다.

 

#.

이도 저도 

해법이 없을 때

발라당 디비지는 거

간혹

사람살이 중에 있다고는 들었으나,

 

#.

비 오는 날 마다

가심팍조차 질척해 지는 증세,

자가 진단 결과

우(雨)울증 전조 증상이 분명해 보인다.

 

#.

백수의 

단순다망 하신 일들 조차 심드렁하여

그 틈새

풀들만 한 발도 넘게 산발,

 

#.

아이들이 묶음으로 코로나에 걸려

제 집 안에 위리안치된 지 수일째,

먹고 싶다는 것들을 대략 카트에 담아

종합 배송을 했다.

 

#.

꼭 안아

뽈떼기를 비벼도 시원찮은 예쁜 녀석들을

그저 현관문 사이로 멀뚱히 바라만 보고 돌아서야 하는 일,

 

#.

꿈속에 본 듯하다.

 

#.

코로나 경연대회를 하는 건지

아침마다 성실하게 도착하는

문자, 문자, 문자들,

 

#.

◑ 마을은 몇 명

▲ 마을은 몇 명

그리고 그 옆댕이

▣ 마을은 또 몇 명,

 

#.

이러다가 옆댕이 마을에 밀리겠구먼

모두들 분발해야지,

 

#.

개떡 같은 세월,

 

#. 

태양초의 열망을 배신한 채

반 넘어 곯아가던 고추들을 끌어안은 건조기는

사흘째 피(皮) 말리는 고투 중,

 

#.

음식의 손맛은

다만 조리 과정 뿐 만의 일이 아니라

먹을거리가 되기 까지의

모든 노고를 망라하여 그러하다.

 

#.

그렇게

팔월의 날들도 반쯤이 비워졌다.

 

#.

이른 아침 구름 틈새로

빼꼼 보였던 것이

가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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