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대비 이거나
빗발 이거나
예기치 않은 소나기 속에
이제 밭의 풀들은
손질할 수 있는 경계를 벗어났으므로
게으르기에 딱 좋은 날들,
#.
그 틈새
주말 잠시의 물놀이에 한껏 즐거웠던 아이들은
작은 도시의 친구들을
품 가득 안고 오겠다는 기별,
#.
무조건적 애정의 끈을 쥐고 있는 아이들은
언제나 의기양양 하니
좋고 싫고
하고 말고의 선택지는 애초에 내게 없다.
#.
내 집인 줄 알았던 블로그는
눈치 없는 더부살이였음을
새롭게 알게 하는 일,
#.
몸뚱이는 가되
답글과 방명록을 버려야 한다니
시시껄렁한 본글마다
아기자기하던 답글들을 어이할꼬
#.
꼬리 잘린 도마뱀의 심경이 이러했을까?
#.
도마뱀은 자절(自絶)인데
이번 일은 다절(da絶)이다.
#.
준비라고 해봤자
특별할 것이 없으니
그저 일없이
지난 글들을 둘러보는 일,
#.
별 것 아닌 일상의 넋두리들이
한 짐이다.
#.
그러다가
아쉬움만 더 클 듯싶어
도로 덮어 버리는 일의 반복,
#.
오랜 시간
인연의 끈을 나눈 인터넷 동무들의 주소를
다독다독 챙겨 들고
#.
그래
까짓 거 가면 되지,
#.
다만,
재 넘어 용한 이를 찾아
이사 하기 딱 좋은 날을 받은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