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에뮤의 날개,

햇꿈둥지 2022. 6. 11. 05:27

 

 

#.

하늘바라기의 마음으로

매일매일 일기예보 기웃거리기,

 

#.

소나기 조차

청어 떼처럼 종적을 가늠하기 어려워서

 

#.

하루 종일 흐렸다가

10초쯤 비 뿌리기,

 

#.

베적삼이 다 젖도록 풀 매어 가꾸던

일련의 과정들이 삐그덕 어긋나서

호미는 벽에 걸려 녹슬어 가고

오로지 물 주기,

 

#.

이러다가

제대로 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낮게 엎드려 있던 풀들은

온통 떨쳐 일어나서

허공 춤을 출 것이다.

 

#.

갑작스러운 처가 어르신의 부음이었다.

노인정과

요양원과

그리고 코로나의 카메오 뒤에

홀연히 장례식장,

 

#.

젊은 시절의 권위는

영정 사진 속에 박제되어 버리고

구십의 연세 때문이었을까?

상주도 가족 누구도 

특별히 애통함이 보이지 않는다.

 

#. 

에뮤의 날개처럼 

그 기능을 상실해 가는

우리 안의 것들

또는

일상의 것들,

 

#.

유월도

중순의 날들로 들어서고

전화로만 수다 정을 나누던 이들이

손님되어 오신 날,

서로 서로

손 잡아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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