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유월 몌별,

햇꿈둥지 2022. 6. 29. 12:49

 

#.

엉거주춤 오리걸음으로

느릿느릿

풀을 뽑거나

 

#.

씨 뿌렸던 초롱무와 얼갈이를 솎아

새소리 버무려

담담한 김치 한 통을 만들고

 

#. 

여기에 더해

봄에 씨 뿌렸던

감자 몇개

배추 부침 한 접시가 

비 속의 점심이 되었다. 

 

#.

히말라야 유목인 창파족의 삶을

다큐 프로그램으로 잠깐 본 일이 있다.

 

#.

갈색의 주름 깊은 얼굴과

고단해 보이는 그들의 일상

 

#.

기르는 염소와 양을 끌어 안아

사람과 짐승의 살이가

반듯하게 구분 되지 않는

질박한 삶,

 

#. 

곰곰 생각해 보니

그들의 삶이 피폐한 것이 아니라

내 사는 방식이

사람 본연의 굴레 밖에 있는 것,

 

#.

굴레 밖의 일들을

문명

또는 문화라고 이름한 뒤

 

#.

우리

너무

흥청망청 살고 있는거 아닌지···

 

#. 

평일에 늘 보던 아이들이

엄마의 연수 때문에 휴일 잠깐 들어 오던 날,

혹시 겹치기 일을 만들까 싶어

알림판에 짤막하게 적어 두었더니만

정우가 그 아래 덧 붙인 글

'힘든 날'

 

#.

아홉살 풋 걱정이

깨물고 싶은 사랑이 된다.^^

 

#. 

한 십분 장대비를 퍼 붓다가

다시

한 시간쯤 쉬기를 반복하는 게릴라 비로

온 종일이 질척하다.

 

#.

빗 속에 

종이를 펼쳐 놓고 글 한줄 쓰기,

물속 같은 습기 속에

번짐,

또 번짐,

 

#.

이제 깃을 세우기 시작한 아기새들도

7월 창공으로 떠날 준비 중,

 

#.

유월의 푸른날들이 낙수져 글썽하니

세월의 등 뒤에서

그저 손이나 흔들 뿐,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와 엄마,  (14) 2022.07.21
da絶 이주,  (19) 2022.07.09
세월 중력,  (0) 2022.06.26
에뮤의 날개,  (0) 2022.06.11
가뭄 탓,  (0) 202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