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뭄 탓,

햇꿈둥지 2022. 6. 5. 06:44

 

 

#.

이 또한 가뭄 탓이겠거니

뜨락의 돌나물도

마당가의 달래도 

온 힘을 다해 목마른 꽃을 피웠다.

 

#.

가물거나 말거나

그저 묵묵히 자기 일에 성실한 자연,

 

#.

새벽 자락을 들춰

상추 다섯잎

쑥갓 조금

겨자채 세잎으로 아침 상을 차린다.

 

#.

주린 몸에 매달려

한사코 젖을 빨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운 중에도 송구한 마음,

 

#.

아침 저녁으로

밭에 물 주는 일이 주요 일과가 되었다.

 

#.

그런 중에도

아침마다 바짓가랑이를 적시는

함초롬 이슬들,

 

#. 

모두들

이슬 연명체로 진화 중,

 

#.

치매 어머니 간병으로 휴일이 없는

이웃 도시의 친구 둘이 불쑥 들이닥쳤다.

주홍 글씨처럼

가슴 깊이 각인된 효의 주술에 얽혀

더불어 살기를 고집하는 사이

부부는 나날이 날카롭고

스스로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

 

#.

늙어가는 아들이

낡아 버린 어머니를 끌어안은 채 용을 쓰고 있는 거다.

그리하여

겨우 겨우 그 무게를 내려놓고 나면

이제 내가 또

그 짐덩어리가 되어가는 일,

 

#.

젊은 시절은 살아내는 일로 분주하고

노년은 버려지고

 

#. 

차려진 음식이 불어 터지도록

수다수다하여

서로를 위무하는 일로

잠시 따듯했다.

 

#.

바람 같은 세월

사람의 한 생 또한

그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같으니

그저 긴 한숨 버무려

이 또한 가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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