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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안에 가득 했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지만
그저
너른 바닷물에 물 한잔 더한 듯
도시는 여전한 흐름으로 도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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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내장을 흐르는 지하철 안에는
모두들 스마트 경전에 이마를 묻은 채
경건하게 묵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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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 년쯤 지났나?
세월의 무게 위에 노쇠의 덕지가 더 해진 기억은
기어이 인사동 거리를 세 번쯤 헤매게 한 뒤
겨우 겨우 단골 필방을 찾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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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탑골 공원,
그늘마다 무리 지어 시국을 성토하거나
바둑 장기의 훈수에 여념없던 분위기는 간데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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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똥구멍을 모두 꿰매어 버린건지
아니면 꽁 꽁 얼어붙은 중앙아시아의 허허벌판으로 강제 이주를 한 건지
비둘기 똥을 피해
유리 막 안에 갇혀 있던 탑과 동상은 이제 햇볕 아래 늠름 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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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 가득했던 노인들 모두
커다란 천막 안에 정연하게 수납되어 있었다.
그 기꺼움의 당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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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니은 보다 먼저 앞으로 나란히를 배우고
영험한 주술 같은 구구단과
그리고 국민교육헌장
그렇게 정형하여 모두의 자유와 평등에 빗장을 지른채
다시 유기된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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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새 잠시 끼어 보고자 했던
시골쥐의 방종은
반장급 도시 쥐에 의해 규율적으로 차단되었으므로
다시
소란한 거리의 땡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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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차들로 시끌요란한 큰 길을 피해
사람의 길,
골목과 골목을 걷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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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놓친 허기를
허리 굵은 여인네가 말아 준 국밥 한 그릇으로 다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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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끔 그리워지는
사람이 넘치는 거리
동전 한 잎에 흥겨운 노래 한곡을 들려주던 어뮤즈먼트 코너는
금빛 은빛이 근엄하게 일렁이는 보석 가게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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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쥐들이여
다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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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또
낮은 추녀 끝에 초록 바람이 뒹굴고
어슬렁 산돼지가 돌아다니는
산속 오두막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