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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책들은 곰팡이 냄새가 풀풀 나고
성냥갑 만한 제습기 한대가 연일 비짓 땀을 흘려 가며
집안 구석구석을 쥐어짜 봐도
온갖 것들이 여전히 눅눅 질척한데
영상으로 건너온 이제 열 달짜리
걸음걸이만 제법 뽀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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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의 푸른 껍데기를 끌어안고
붉고 선연했던 꽃술은 시름없이 늘어져서
이제
옥수수의 치열이 오동통 정연해졌으므로
육칠월 건너온 푼수떼기 풋날들을
나날이 삶아 먹고 구워 먹고,
빈대궁은 전리품으로 모아 모아 추운 훗날까지 보존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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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조각 같은 햇살 속에
매미들은 다시 날카롭게 울고
하늘 가득
허공보다 가벼운 잠자리, 들,
제 아무리 더워도
어쩔 수 없이 가을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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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이 지난날,
개발 괴발 전지 한 장의 붓글씨 끝에
지난해부터 벼르기만 하던 부채 꾸밈을 마무리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바람이
풀 풀 쏟아져 나오라고 '화양연화'를 쓴 뒤
둔한 손을 어듬더듬 놀려 낙관 두 개를 만들었다.
몇몇 사람의 손에 나누어져
여름 다 가도록 바람만 피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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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도
저녁에도
땡볕이 만만한 시간을 골라
오로지 뽑고 또 베고,
이노무 풀,
용을 쓴 끝에 뽑아 놓은 바랭이는
영덕 대게 엎어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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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둑 풀을 뽑는 중에
그늘 큰 나무에서 쏟아져 나온 쌍살벌 군단,
내 집에서 조차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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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쨍 하니
땀 절은 몸을 뒤집어 포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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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락날락이 잦다 보니
파리 모기의 무단 침입이 부쩍이다.
파리채 신공으로 모조리 장살을 하다가
문득 궁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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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파리채로 모기 잡아도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