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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기 한 달에
장마가 한 달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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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휼하신 하느님 조차
모
아니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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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꼬아가며 가문 날들을 견디던 풀들은
밀림을 방불케 할 만큼 치솟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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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봄날
애중하게 심어 가꾸던 작물들은 어디 계신건지,
보물찾기 놀이처럼 예초기 둘러메고
풀과의 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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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군
풀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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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별반 차이 없는 해마다의 일이건만
힘겨운 일은 늘 새롭게 느껴지는 고질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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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선비 책장 세듯
풀 베어진 밭고랑만 뒤돌아 세는
건달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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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땀 절은 마당쇠 몰골에
저질의 체력은 쉽게도 고갈되어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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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같은 소나기,
물속에 빠져 사는 것 같은 날들 중에도
다시 비가 반가워지는
은밀한 타협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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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던지듯 예초기를 내려놓고
땀 절은 몸을 산속 샘물로 씻는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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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비둘기 울음 소리 베개 삼아
낮 잠 일인분 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