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고군풀투,

햇꿈둥지 2022. 7. 24. 06:04

 

#.

가물기 한 달에

장마가 한 달쯤,

 

#. 

긍휼하신 하느님 조차

아니면

도,

 

#.

몸 꼬아가며 가문 날들을 견디던 풀들은

밀림을 방불케 할 만큼 치솟았고

 

#.

볕 좋은 봄날 

애중하게 심어 가꾸던 작물들은 어디 계신건지,

보물찾기 놀이처럼 예초기 둘러메고

풀과의 일전,

 

#.

투,

 

#.

사실은

별반 차이 없는 해마다의 일이건만

힘겨운 일은 늘 새롭게 느껴지는 고질 증세,

 

#.

게으른 선비 책장 세듯

풀 베어진 밭고랑만 뒤돌아 세는

건달 농사,

 

#.

어쨌든

땀 절은 마당쇠 몰골에

저질의 체력은 쉽게도 고갈되어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쯤,

 

#.

구세주 같은 소나기,

물속에 빠져 사는 것 같은 날들 중에도

다시 비가 반가워지는

은밀한 타협 뒤에

 

#.

집어던지듯 예초기를 내려놓고

땀 절은 몸을 산속 샘물로 씻는 호사,

 

#.

산 비둘기 울음 소리 베개 삼아

낮 잠 일인분 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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