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장마 탓,

햇꿈둥지 2022. 7. 13. 06:55

 

#. 

가뭄 끝의 긴 장마로

사방이 온통 질척 눅눅하다

#.

가만히 풀잎을 들추면

아주 작은 사마귀들이 꼬물꼬물 가을을 물어 오고 있었다. 

#.

장마 속 이거니 붉게 익은 자두를 바구니 가득 얻었다

#.

온통 먹물뿐이던 서실 안에

붉은 자두향이 번졌다.

#.

도시의 골목에

조각보처럼 펼쳐진 고추들

#.

고추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땡볕의 햇볕을 모아

투명하게 말려야 한다는 것,

그 일을 위해

비짓 땀을 흘리고 나면 나 또한 투명하게 말라질 것,

#.

재 넘어 도시 안에서 제법 친구들을 불려 가던 아이들이

기어이 그 아이들을 몰고 내 집으로 들어와

시골체험과 물놀이로 하루를 즐기겠다는 야심 찬 계획,

#.

점심은 카레

간식은 김밥

그리고 또 또···

이게 뭔 일 이래?

#.

장염으로 내과,

팔꿈치 통증으로 정형외과

덤으로 한의원,

종합적으로 망가져가고 있다.

#.

모든 일이

장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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