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이런 시골살이,

햇꿈둥지 2022. 6. 22. 03:53

 

 

#.

어항 속 붕어를 들여다보던 사람이 생각했다.

붕어들은 참 답답하겠구나,

 

#.

어항 속의 붕어가

어항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들

유리 속에 갇혀서 참 답답하겠구나

 

#.

도시 속을 유영하는 친구의 한 걱정

노다지 산속에 갇혀 답답하지 않니?

 

#.

산속에서 늴리리 맘보의 날들을 사는 나는

도시에 사는 그 친구가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

둘 다 이든지

둘 중의 누구 하나 이든지

어쨌든

갇혀 있는 거다

 

#.

다만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갇혀 있을 뿐,

 

#.

아내의 재봉틀 욕심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휘갑치기 재봉틀은

옛날 옛날 한 옛날

인류가 최초로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던 때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보다 쪼끔 더 나은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는데

재봉틀을 싣고 와야 하는 곳이

서울 하고도 어디 어디쯤이라는 것

으윽~ 서울!

 

#.

가고 안 가고

좋고 싫고를 선택할 수 없음을 잘 안다.

 

#.

재봉틀 정리하여 자리 잡아 주고

작업 조명등 다시 맞추어 고쳐 주고,

 

#.

네 시간 만에

산을 내려서서 서울 왕복 달리기를 하는 일,

정신 건강에 해로운 일이 분명하다.

 

#.

아내가 물었다

'고생했는데 첫 작품으로 당신걸 만들어 줄게

뭐가 필요해?'

 

 #.

그냥 만들기 쉬운

정력 빤스 같은 거,

 

#. 

산 넘어에서 초롱초롱 흐르던 물이 끊긴 지 여러 날,

이 또한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쓰던

수동 분무기를 개조하여 기어이 해결,

 

#.

비닐하우스 안에서

말라죽기 직전의 고추들

일제히 환호작약,

 

#.

이런 시골살이

또 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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