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여전히 소꿉장난,

햇꿈둥지 2022. 6. 18. 19:41

 

 

#. 

어쨌든

비가 왔다.

 

#.

가뭄으로 갈라진 틈새조차 메우지 못해

흔적 없이 흘러버린

가뭄만큼 건조한 빗방울들,

 

#.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풀들은 허공 춤을 시작했다.

 

#.

매년의 정황이 이러했을 테니

유독 지금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릴 일도 아니겠다. 

 

#.

푸른 자두들이

태양의 속살을 담아

붉게 익어 가는 유월, 

 

#.

어지러이

초록 그늘 아래 앉아

건성으로 풀을 뽑거나

아득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일,

백수에게도

망중한이 필요하다.

 

#.

코로나로 옹크려 살던 세월에 보복이라도 하듯

마을 젊은 축들이 관광을 가자고 했다

컵으로 돌려 마시는 소주에 취해

사람은 소금 맞은 미꾸라지처럼 들뛰고

버스는 통째로 풍기를 시작하는

광란의 일주,

 

#.

내겐

극기 훈련이다.

 

#.

부부가 손잡고 걷는 일,

뭘 그렇게 까지··· 

했었는데

아니다.

평생의 도타운 정들이

내공의 내공으로 발현될 때 가능한 일,

 

#.

이제

아름다움의 완결로 느껴지니

이 또한

세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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