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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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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갈라진 틈새조차 메우지 못해
흔적 없이 흘러버린
가뭄만큼 건조한 빗방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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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풀들은 허공 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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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의 정황이 이러했을 테니
유독 지금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릴 일도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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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자두들이
태양의 속살을 담아
붉게 익어 가는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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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이
초록 그늘 아래 앉아
건성으로 풀을 뽑거나
아득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일,
백수에게도
망중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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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옹크려 살던 세월에 보복이라도 하듯
마을 젊은 축들이 관광을 가자고 했다
컵으로 돌려 마시는 소주에 취해
사람은 소금 맞은 미꾸라지처럼 들뛰고
버스는 통째로 풍기를 시작하는
광란의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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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극기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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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손잡고 걷는 일,
뭘 그렇게 까지···
했었는데
아니다.
평생의 도타운 정들이
내공의 내공으로 발현될 때 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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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름다움의 완결로 느껴지니
이 또한
세월 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