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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틈새의 인색한 햇빛을 모아
저토록 예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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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이 매양 기적 같아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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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의 시대,
한 아이가 최고의 꾼으로 알려진 사부님을 모시고
연일 창 던지기 수업 중,
한 달 지나고
일 년 지나고
그렇게 십여 년,
사부님의 창이 과녁 정 중앙에 꽂혔고
제자가 던진 창은 과녁 한가운데 꽂힌 사부님의 창 끝에 꽂혔다.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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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실전,
사부님의 창이 멧돼지의 옆구리에 꽂히고
제자의 창이 다시 사부님의 창 끝에 꽂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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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익히되
어리석지 않아야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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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틈새
도끼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의
묵은 책 한 권을 구해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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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서 읽은 이가
제법 날선 부분들을 돋아 새기고자
파랗게 칠해 놓은 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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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책,
길 속의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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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태어나 자라는 동안을
늘 지켜보셨으니
늦은 결혼이거니 주례를 맡아 달라는
간곡한 전화를 듣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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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낳아서 키워 준 이를 곁에 두고
무슨
태어나 자라는 동안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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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아버지의 덕담으로 주례를 넘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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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하고 10년
재발한 지 5년,
여전히 살아 있음을 기념하여
중증환자 등록에서 제외하고
이제부터 그동안 못 받은 치료비를
꼬박꼬박 받아 내야겠다는
병원의 불타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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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러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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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는 의사의 좋은 얘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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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도 이제 기운이 다 한 건지
구름 새
푸른 조각보 같은 하늘이 제법 청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