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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비를 뿌리기로 작정한건지
찔끔 비가 내리기도 하다가
요란스런 뇌우를 퍼 붓기도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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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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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봤자
고추 널기 좋겠다는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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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에 묶인 강아지처럼
내 의식의 고갱이조차
산골 일상에 묶이고 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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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속에 함부로 젖어 있던 홍화가
제 몸 가장 높은 자리에 꽃 한 송이 받들어
평화로운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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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햇살
꽃으로 피어
온통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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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었다.
한 해 가족 모두의 기억해야 할 날들을
빼곡히 정리하면서
정작 나를 위한 날들은 빈칸으로 두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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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과 재발을 거친 십 년,
주변의 의아한 시선 속에서
아주 가끔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 있어도 되나 싶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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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하는 동안과
치료 후의 후유증까지
이런저런 통증들을 잘 견딜 수 있었던 건
내 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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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물처럼 받아 든
또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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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젖은 것 같은 이불을 빨고
냄새 배인 옷도 빨고
집 오름길의 더북한 풀도 베고
세탁기 더불어 고군 뺑뺑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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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햇살 속에
눅진 이불을 포쇄 했으니
오늘 밤 꿈길에는 반짝 황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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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산 공기가 제법 상큼하니
오늘 밤엔
반딧불이도 오시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