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눈을 위한 말투,

햇꿈둥지 2022. 8. 31. 04:31

 

 

#.

비 그치기를

목 빼어 기다리던 

8월의 서른 하루,

 

#.

손 흔들어 보내야 할 끝날에 조차

씻김굿 같은 비가 내린다.

 

#.

이제 그만 내 글씨를 쓰리라고

집안에 들어앉은 한 달새

파지만 수북하다.

 

#.

누군가 그랬었다.

남자의 손으로

여자의 글씨를 쓴다고,

 

#.

쓰고 있는 붓이

여성용 인가?^^

 

#.

아무리 써 봐도

써 놓은 글씨가 맘에 들지 않으니

병 중의 병이다.

 

#.

앞 선 이들의 글씨를 흉내내기보다는

이제 내 손으로

내 글씨를 써야겠다.

 

#. 

눈으로 들을 수 있는

말투를 위해,

 

#.

다듬고

다듬어봐도

 

#.

파지

파지,

 

#.

그렇거니

또,

 

#.

변변찮은 재주에

끈기라도 있어야지,

 

#.

팔월이 다 젖도록 내린 비는

팔월 건너

구월의 날들까지 질척하게 이어질 모양이다.

 

#.

하늘이 조금 가벼워지고

풀벌레 소리 명징하면

다시

먹을 갈아야겠으나

 

#.

여름비의 꼬리에

가을비의 머리,

나는 그저 눅눅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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