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그치기를
목 빼어 기다리던
8월의 서른 하루,
#.
손 흔들어 보내야 할 끝날에 조차
씻김굿 같은 비가 내린다.
#.
이제 그만 내 글씨를 쓰리라고
집안에 들어앉은 한 달새
파지만 수북하다.
#.
누군가 그랬었다.
남자의 손으로
여자의 글씨를 쓴다고,
#.
쓰고 있는 붓이
여성용 인가?^^
#.
아무리 써 봐도
써 놓은 글씨가 맘에 들지 않으니
병 중의 병이다.
#.
앞 선 이들의 글씨를 흉내내기보다는
이제 내 손으로
내 글씨를 써야겠다.
#.
눈으로 들을 수 있는
말투를 위해,
#.
다듬고
또
다듬어봐도
#.
파지
또
파지,
#.
그렇거니
또,
#.
변변찮은 재주에
끈기라도 있어야지,
#.
팔월이 다 젖도록 내린 비는
팔월 건너
구월의 날들까지 질척하게 이어질 모양이다.
#.
하늘이 조금 가벼워지고
풀벌레 소리 명징하면
다시
또
먹을 갈아야겠으나
#.
여름비의 꼬리에
가을비의 머리,
나는 그저 눅눅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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