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설거지를 시작 했을 때
아내는 거듭 고마워했었다.
#.
한 달쯤이 지난 지금,
그릇을 씻을 때
곡면 부분과 오목한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써서 닦아라
씻은 그릇은 엎어 놓아야 물기가 빨리 마른다... 등 등의
비급을 전수하는 일로
직접 설거지하실 때 보다 훠얼씬 바쁘시도다.
#.
어떻게
사람의 일이 요다지도 쉽게
뒤집어 질 수 있을까?
#.
사주팔자에 나와 있던 일이었을까?
#.
전화 통화 이거나
영상을 통한 친구넘들의 술주정도 고역 이건만
어제는
이웃 도시에 사는 아우 녀석이
회갑을 맞아
댓병 딱 한 병만 마셨노라고
꼬부라진 혀를 통해
팔다리가 몽땅 잘려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의 주정을
주장으로 늘어 놓았다.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로 마시고 취해서
주정하며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
고양이 세 마리가
자연산 장난감 확보에 지극한 관심을 보이시더니
일주일 만에
무려 네 마리의 뱀을 물어 들였다.
#.
의기양양한 세 마리의 눈빛 앞에서
나는 아주 환장하고 말지,
#.
뒷산 정수리부터
고양이 걸음으로
단풍빛 내리기 시작했는데
석양 놀빛은 어쩌자고 저토록 붉은빛인지,
#.
그리고
가을 비,
#.
가슴부터 적시는지
옷깃을 아무리 여미어도
춥고 또 춥고,
#.
이 우라질 노무
가을,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박제, (24) | 2022.10.26 |
---|---|
고양이 책 속에 가두기, (26) | 2022.10.21 |
눈을 위한 말투, (31) | 2022.08.31 |
징검 비, (23) | 2022.08.14 |
서울 쥐,시골 쥐, (23) | 2022.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