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 연가,

햇꿈둥지 2022. 10. 11. 07:25

 

 

#.

처음,

설거지를 시작 했을 때

아내는 거듭 고마워했었다.

 

#.

한 달쯤이 지난 지금,

그릇을 씻을 때

곡면 부분과 오목한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써서 닦아라

씻은 그릇은 엎어 놓아야 물기가 빨리 마른다... 등 등의

비급을 전수하는 일로

직접 설거지하실 때 보다 훠얼씬 바쁘시도다.

 

#.

어떻게

사람의 일이 요다지도 쉽게

뒤집어 질 수 있을까?

 

#.

사주팔자에 나와 있던 일이었을까?

 

#.

전화 통화 이거나

영상을 통한 친구넘들의 술주정도 고역 이건만

어제는

이웃 도시에 사는 아우 녀석이

회갑을 맞아

댓병 딱 한 병만 마셨노라고

꼬부라진 혀를 통해

팔다리가 몽땅 잘려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의 주정을

주장으로 늘어 놓았다.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로 마시고 취해서

주정하며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

 

#.

고양이 세 마리가

자연산 장난감 확보에 지극한 관심을 보이시더니

일주일 만에

무려 네 마리의 뱀을 물어 들였다.

 

#.

의기양양한 세 마리의 눈빛 앞에서

나는 아주 환장하고 말지,

 

#.

뒷산 정수리부터

고양이 걸음으로

단풍빛 내리기 시작했는데

석양 놀빛은 어쩌자고 저토록 붉은빛인지,

 

#.

그리고

가을 비,

 

#.

가슴부터 적시는지

옷깃을 아무리 여미어도

춥고 또 춥고,

 

#.

이 우라질 노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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