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멸(切滅) 앞에서의 넋두리 [1] 해 떨어지기 바쁘게 산 넘어 능선에서 노을빛 긴 울음을 울던 승냥이에 대한 기억, 칠십리 등교 길 허위 허위 눈밭을 헤쳐 걷다 보면 저 만큼 앞산 능선에서 겨울의 심장보다 시린 시선으로 아득히 바라보던 녀석들 해 떨어지는 산골 저녘을 숱하게 보내도 이제 그 녀석들의 늘어진 울음 소리는 들.. 풍경소리 2006.09.04
부자연 또는 반자연 [1] 지금 주변의 풍광은 기름지다 형형색색의 꽃들은 이제 꽃잎을 접어 씨방 가득 알찬 씨앗을 품었다 벌들도 거미도 제 종족을 번식 하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데 ㅁ 둘만 낳아 잘 기르자 ㅁ 둘도 벅차니 하나만 낳아 금쪽 같이 키우자 ㅁ 무자식 상팔자 란다 그냥 쿨 쿨 잠만 자자 사람 이라는 종의 이.. 풍경소리 2006.08.31
잔치는 끝났다 살 오른 녹음을 두르고 치렁한 햇살속을 풀어 헤친 머릿결로 감아 돌던 바람과 손잡아 서툰 사랑으로 피운 꽃들, 이제 그 속살이 썩어 문드러지기 전에 떠나버린 애인의 분홍빛 엽서 같은 날들을 채곡 채곡 갈무리 해야 한다 하늘에 핏빛 노을이 번지기를 기다려 온 산이 불타 오른 뒤면 누군가 버려진.. 풍경소리 2006.08.30
유원지 풍경 이 나이쯤의 세월이 손 마디 마다 옹이로 박혀 있어서 곰배팔이 닭 잡듯이 더듬 더듬 이지만 요놈 요놈 줄 가운데로 박힌 요놈만 떼어 내면 꽁짜 한판을 더 준다는거야 팔자란게 그렇다더라 단 한번도 꿈 꾸어 본 일 없는 개떡 같은 일들이 짐짝에 멍에가 되어 온 몸에 치렁치렁 감아 붙어서 손 발 부르.. 풍경소리 2006.08.29
시실민(時失民) 모이다 [역쉬~도시의 갈비집 아줌씨는 도사다 사진 한방 박아 달라고 부탁 했더니 사람덜은 한쪽 구석으로 몰아 넣고 기어이 갈비집 간판 나오도록 박아 버렸다] 안양시 비산동 주공아파트 148동, 5월 연록의 새순이 돋는 날 부터 도시의 한복판 임에도 뻐꾸기 소리 울울창창 하고 빨래터로 쓰기에는 아까울 만.. 풍경소리 2006.08.28
동무(1) 이만큼의 여름쯤이면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빨가 벗고 개울물에 자맥질을 일삼던 동무가 하나 있었다 학교가 파 하고 나면 이십리 귀가 길을 행길가 미류나무 그늘을 징검다리 처럼 쉬어 쉬어 책보를 메고 희희덕 거리던 녀석, 나는 학교 관사가 집이니 굳이 귀가의 수고로움을 겪지 않아도 됐었으나 .. 풍경소리 2006.08.21
손톱을 깎기 위한 서설(絮說) 겨우 콧구멍을 후빈다든가 아니면 대갈통의 비듬을 긁는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마누라 등짝을 긁어 줄 때 정도로 나날이 용도가 빈약해져서 단 한번도 마뜩챦은 세상 어느 귀퉁이에 상채기 하나 내지 못한채 무용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손톱들이 긴 장마 무른 날들을 게을러 터지게 지내는 동안 밀려.. 풍경소리 2006.08.09
네 탓 내 덕 퇴근길 서둘러 산속 오두막 집을 오르려는데 어느놈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아직도 장때비가 주룩 주룩인데 마을 이장놈이 화물차 가득 포동하게 살 오른 무우며 배추를 뽀송한 몸 놀림으로 싣고 있다. 이놈의 나라 아래 윗쪽 산속이며 벌판을 가리지 않고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비는 칠월 서른하루를 .. 풍경소리 200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