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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서석 이야기.7

햇꿈둥지 2006. 11. 27. 17:07

 

 

 

가방 하나를 들고 나설 때
그 동안 정 들었던 몇몇의 사람들이 걱정 반 서운함 반을 섞어
겨울만 지내고 내려 오라 손들을 흔들고 있었는데 유독 주인 집 큰 딸 아이만 보이지 않는다
눈물 많은 아이가 그만 그 서운함을 못 이겨 어디 깊은 구석쯤에 몸구부려 있을게다...
그래 그래 어차피 네짐 반, 내짐 반...각자 짊어져 보기로 하고...

간다

날세운 북풍만 몰아치는데 이 꼬물딱지 제무시는 덜컹덜컹 흔들흔들
마을이 멀어지고
집들이 멀어지고
그리하여 사람들이 멀어지는 대신에 날등을 세운 채 꽂꽂한 자태로 서 있는 산들만 울울창창...해 지고 있다
비포장의 길을 달리는가 하면
겨울철 물 마른 계곡을 헤집어 오르기도 하고...
이 인간,
산판을 찾아 가는거야 호랑이 굴을 찾아 가는 거야?

그렇게 허리 결리도록 길을 더듬어 찾아 간 곳은 마을이 없었다
이 또한 박정희 아저씨의 치적 이거니
1.21사태로 혼쭐이 난 이 양반,
강원도 산속 산속에 쳐 박혀 살고 있던 모든 화전민에 대한 소개령을 내렸고 그렇게 강제로 이주를 당한 이 화전민들이 더러는 악착 같이 새 터를 일구기도 했고
오늘 당도한 이 집구석 처럼 더러는 산판 고다시꾼들의 밥집 겸 숙소로 이용 되기도 했었다
지금이야 세월 좋아 졌으니 민박쯤에 해당 되려나??? 허허 참~!

그런데 이 집구석에서 최초로  사람살이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부분이 배제된 3무(無)를 경험한다
방바닥에 장판이 없고
이불이 없고
우물이 없다
기막힌건 화장실,아니다 똥뒷간이라고 하자...도 없었으나 고다시꾼들을 수용하게 되며 임시로 급조한 똥뒷간이 있긴한데...
아슬아슬 나무틀에 올라 앉아 일을 본 뒤에 아무리 둘어 보아도  휴지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세월처럼 올록볼록 엠보싱 이라든지 최소한 먼지가 나더라도 두루마리 화장지는 나오기도 전이니 세월지난 신문 쪼가리든지 아니면 지난해 아이 교과서 정도라도 있어야 하는건데 없어?
그럼 어쩌라는 거야?
앞,뒤,좌,우...를 한참 수색한 뒤에야
조악한 나무 상자에 담긴 기름병 마개처럼 생긴 짚말음의 용도를 대략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었다
아~~~!
불쌍한 내 똥꼬~

그럼 왜?
장판도 없고
이불도 없고
우물도 없는거야?

잠 잘 때 흙 묻으면 어떻게 하고
추우면 무얼 덮고
목마르면 무얼 마셔?

답은 이랬다

허리 굽은 주인 아저씨의 대답인 즉슨,
방바닥에 장판은 없지만 바닥을 만들때 황토흙에 산갈대를 썰어 넣어 나무메로 수없이 두들겨 발랐기 때문에 절대로 사람 몸에 흙이 묻는 일이 없으며
이불은 자신이 장가든 날 딱 한번 덮어 보았으나 이날까지 추워서 잠을 깨 본 일이 없으며
마실 물은 집 앞에 흐르는 개울물을 마셔도 까딱 없으니 지랄 말고 쳐 먹어라...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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