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서석 이야기.9

햇꿈둥지 2006. 11. 27. 17:18

 

 

 

그림으로 익혀 왔던
흥부 부부가 박을 타던 톱을 기억 하시는지...
모양새가 꼭 흥부 부부가 박을 탈때 쓰던 그런 톱을 둘이서 밀고 당기며 나무를 베는 일인데
이거 그냥 톱 들었다고 덤벼들기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고
그 중 작업반장쯤의 경륜있는 사람의
이 부위를 몇도 각도로 자를 것...
쓰러뜨릴 방향의 부위를 먼저 베어 들어 간 뒤
톱을 빼어 반대 부분의 조금 윗쪽에 톱질을 하다 보면
나무는 그가 예측한 방향으로 정확하게 쓰러졌음에도 그 많은 가지를 거느리고 선회하듯 넘어지는 나무를 보다 보면 하늘이 회전하며 쏟아지는 듯 아득한 현기증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밀고 당길 때 마다
톱밥을 따라 쏟아지던 깊은 소나무 향...들...
톱날이 나무의 속살을 긁어낼 때 마다 함께 쏟아지던 그 먼 시간들...
힘든 일 중에도  소나무 향과 함께 나무 속의 시간들을 만나는 일은 경이였었다

그런데
제법 크다 싶은 나무를 벨 때는 먼저 톱을 대지 않았다
작업반장 격인 사내가 커다란 도끼를 들고 와서는
"어명이오"를 외친 뒤 쿵~

"어명이오"를 외친 뒤 쿵~
이렇게 세번을 외치고 세번의 도끼질이 끝난 뒤에야 고다시 꾼의 톱질이 허락 되었다

생각 컨데
미신이기 보다는 자연 숭배의 한 부분으로
너를 베기는 하나 오로지 내 뜻은 아니고 이 나라에서 가장 쎈,
그 누군가를 둘러 댐으로써 자신의 면책을 획책한 아주 오래된 산판의 불문률...쯤으로 생각 했었다
허긴,
그 옛날
전지와 시지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어 먹는 것 만큼 땔감이 중요했던 시절에 임금이 사시는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명으로 절을 짓는 일 말고는 누가 감히 이런 나무를 마음대로 벨 수 있었으랴...
불문률은 이거 말고도 몇개 더 있었다

8부 능선 이상의 나무를 베지 않음은 자연숭배적이기 보다는 다분히 군사적 목적의 강요에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한 밤에 군인들이 산악을 이동 할 때,
8부 능선쯤을 타고 이동 한다는 군 특수 훈련 당시의 기억을 되 살려보면 그 답이 확연해지는 일이나

벤 나무 둥치를 가로질러 넘지 않는다거나
나무의 베어진 그루터기를 깔고 앉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 등의 일들은 나무를 베는 험한 일 중에도 나무를 다만 베어 버리면 그만이라는 막된 생각이 아닌 정중한 예우와 의식의 부분들로 느껴졌었다

그때 그들의 삶의 방식은
지금 이 시절에 되짚어 생각해 보면
비록 나무를 베어내는 일 이기는 했으되 가장 자연친화적 삶이 었으리라고 생각된다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석 이야기. 그 후  (0) 2006.11.29
서석 이야기.10  (0) 2006.11.27
서석 이야기.8  (0) 2006.11.27
서석 이야기.7  (0) 2006.11.27
서석 이야기.6  (0) 2006.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