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916

엉터리 농사

지난해 과하다 싶은 거름으로 제법 땅심이 돋구어진 탓인지 이 자리에 심겨졌던 배추들은 농약의 힘을 구 하지 않고도 포동하게 자라고 익어서 우리를 행복하게 했었습니다 거두어진 전부를 도시의 가족들에 나누고 나니 또 빈 터전, 씨 뿌려 가꾼듯 망촛대 울울창창하고 쇠비름만 그늘지게 자라길래 쉬는 하루를 쏟아 부어 몽땅 뽑아 냅니다 게으른 선비 책장만 세어 본다고 앞의 긴 사래를 두고도 자꾸 풀 뽑은 뒷 사래에만 눈길이 가니 일은 잔걸음에 땀만 비오듯 합니다 이른 신새볔에 원주 둔치의 새볔장을 찾아 파 두관쯤을 샀습니다 대형마켙의 뺀도롬히 다듬어진 파가 아닌 큰 밭에서 이식용으로 팔리는 대파 입니다 물론, 거름 뿌리고 땅 파 제키는 일이야 농사철 마당쇠 격인 제 담당 입니다만 저렇게 파를 심는 일은 아내가 자청..

소토골 일기 200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