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863

엉터리 농사 일기

밭이 골짜기에 있으면 골병이 들 수 있다 ? 내가 사는 이 마을엔 몇개의 골짜기들이 있고 그 골짜기들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내가 둥지를 튼 곳은 소토골 이라든지 다시 그 너머의 골짜기는 외랑골, 웃새골, 버드내골, 거무내골...이런식의 아주 예쁜 이름들이 지어져 있고 마을의 모든 밭들은 그 골짜기에 있어서... 평생을 그 골짜기의 밭에 매달려 농사를 지어 온 많은 분들이 말년에는 골 골 골 골~ 앓다가 돌아 가셨고 우리 역시 그 골에서 말똥구리가 쇠똥을 뭉쳐 굴리듯이 열심히 열심히 농사를 짓다가 골 골 골 골~ 늙어 갈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이면 밭은 이렇게 골짜기 보다 능선에 위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사월의 서른 날들은 꽃잎처럼 져 버리고 황사 대신 이젠 송홧가루가 날릴 날들... 훨씬..

소토골 일기 2005.05.12

옷 짓고 장작 마련하고

혜원이 옷 만들기가 한창이다 요즘 세상 그까짓거 마땅한 것으로 골라 하나 사 입으면 되지...하면 그만인데 이 우스꽝스러운 모녀는 몇날의 여유 시간들을 맘 놓고 빈둥거린 끝에 오리엔테이션이 임박한 어제 오후부터 요란 법석을 피우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당연히 일주일만에 한번 꼴로 찾아 오는 주말의 내 여유 시간에도 회오리 바람을 일게 했다 거실에 피울 장작을 준비해야 했고 재봉틀이 있는 작업실의 석유 히터 가동을 위해 석유를 사 들여야 했고 당연히 아내의 몫이던 개 밥 주기며 일상적 가사의 소소한 부분들이 내 몫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이른 저녘을 마친 뒤에 작업실에 들어 박힌 이 모녀는 나 홀로의 거실 잠에는 아무 마음 씀이 없이 달그락 거리는 걸음으로 종종 걸음 이더니 지금 이 이른 새볔의 시간에는 혼곤..

소토골 일기 200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