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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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계획

제목은 그럴싸하게 농사 계획 이지만 시골살이 십년 넘게 땅을 헤집어 사는 동안 계획대로 된 농사는 하나도 없습니다 집 오름 길 정화조 귀신한테 놀란 자리에는 벌써 200여포의 퇴비들이 쌓여 있습니다 겨우내 살바람에 등 할퀴어 딱지 앉은 흙을 두드려 깨워 고운 속살로 뒤집고 저 많은 퇴비들을 일용 할 양식으로 드린 다음 딱 그만큼만 거두어 들일 생각 입니다 아내는 벌써부터 앞 마을 루시아 아줌마를 채근해서 고춧모를 키우겠노라는 열의에 차 있습니다만 어쩐지 제 눈에는 벌써부터 바랭이를 시작으로 왼갖 잡초 무성한 밭 꼴만 떠 올려 집니다 치악에 연접해 있는 맨 꼭대기 밭을 올려다 보면 열병식 처럼 도열해서 늠름하게 자라는 옥수수 보다는 횡포에 가까운 멧돼지 발자욱만 어지러히 떠 오르니 이것도 또 무얼 심어야 ..

소토골 일기 2006.02.06